청문회 전 일사천리로 사과·보상
3370만명 대상 역대급에도 비판
소비자 "대부분 끼워팔기" 냉담
업계 "보상 아닌 소비 유도 꼼수"
3370만명 대상 역대급에도 비판
소비자 "대부분 끼워팔기" 냉담
업계 "보상 아닌 소비 유도 꼼수"
■청문회 직전 보상안 발표
29일 쿠팡이 발표한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유출사고 보상안을 보면 1인당 5만원의 쿠팡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와우회원과 일반회원뿐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탈퇴 고객도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 유출 보상안에도 업계와 소비자들은 30~31일 청문회와 정부의 전방위 규제 국면에서 책임론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우선 현금이 아닌 자사 플랫폼 내 이용권 지급을 택하면서 실질적 피해 구제보다는 여론 진화와 국면 전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11월 말 사고 발생 직후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고의 성격과 파장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피해 규모와 경위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후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회와 관계당국의 책임 추궁으로 번졌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사고 발생 한달 만에 보상안을 내놓은 것은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의식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국회 청문회 불출석에 이어 책임 회피 논란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김 의장은 약 한달 만인 지난 28일에서야 공식 사과문을 냈다. 이날 나온 보상안 역시 30~31일 예정된 국회 연석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사과와 보상이 연이어 나온 셈이다. 쿠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민관합동조사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원탈퇴 절차 관련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 관세청의 쿠팡 미국 본사와 한국법인 간 자금 흐름 등에 대한 현장조사 등 관계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은 보상안을 두고 '생색내기'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현금이 아닌 플랫폼 내 구매이용권 지급 방식을 택한 데다 1인당 5만원 가운데 상당 금액이 알럭스와 쿠팡트래블 등 상대적으로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소비촉진형 혜택 중심으로 설계돼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추가 구매나 재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보상이냐, 마케팅이냐' 시장 냉담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맞벌이 부부인 유모씨(35)는 "보상안이라고 해서 봤더니 쿠팡트래블이나 알럭스 등 평소 써본 적도 없는 서비스 이용권이 대부분이었다"며 "면피성 조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5만원 보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 체감 가치는 훨씬 낮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상안을 사실상 '보상'이 아닌 마케팅 성격의 할인 정책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쿠팡이츠처럼 이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에는 1만원만 배정하고, 알럭스·쿠팡트래블 등 이용자가 적은 서비스에 4만원을 몰아준 것은 특정 서비스 활성화를 겨냥한 할인 설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탈퇴 고객은 재가입해야 이용권을 쓸 수 있어 보상이라기보다 사실상 '재유입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쿠팡이 자체 보상안을 내놨지만 향후 관계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와 이에 따른 과징금 처분, 소비자 분쟁 등 추가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의 개인정보 접근 권한 관리와 암호화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기업은 최근 3년 평균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집단분쟁조정 요건에 해당하는지 내부심의 단계로, 조정 결정 자체에 강제력은 없지만 사업자가 수락할 경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clean@fnnews.com 이정화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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