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장관 후보 첫출근
"우리 경제, 대응 미루면 큰 위기"
확장재정 속 불필요한 지출 없애
국가미래 설계 컨트롤타워 구축
"우리 경제, 대응 미루면 큰 위기"
확장재정 속 불필요한 지출 없애
국가미래 설계 컨트롤타워 구축
이 후보자는 이날 임시 집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로 첫 출근하면서 "고물가와 고환율의 이중고가 민생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 지명된 이 후보자는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하는 것이 오랜 소신"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이자 보수 정당 출신 정치인이다. 이 후보자는 지속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주장하는 건전 재정론자로 분류된다.
이 후보자는 우리 경제가 눈앞에는 고환율·고물가·저성장 위기가, 더 멀리에는 구조적 복합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퍼펙트 스톰(물가 급등 등의 경제 위기), 중장기적으로는 회색 코뿔소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회색 코뿔소는 여러 정황상 충분히 예견돼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설마' 하며 가볍게 여기고 대응을 미루다 큰 위기를 맞는 사건을 뜻한다.
이 후보자가 말하는 '회색 코뿔소'는 우리 경제의 다섯 가지 위기다. △인구 위기 △기후 위기 △극심한 양극화 △산업과 기술의 대격변 △지방 소멸이다.
이런 다섯 가지 이슈를 꼽으면서 이 후보자는 "이 (위기) 상황이 갑자기 어느 날 불쑥 튀어나와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드는 그런 블랙스완의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고 오랫동안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이것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인 위협에 빠지게 되는 그런 회색 코뿔소의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기획예산처의 출범도 이런 지점에서 의미를 찾았다. 이 후보자는 "바로 이럴 때야말로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서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그런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는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예산처가 만들어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 후보자는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그냥 단기적으로 그때그때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래를 향한 안목을 가지고 기획과 예산을 연동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연평균 5%씩 재정지출을 늘리는 확장 재정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그 첫발로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8.1% 늘어난 727조9000억원으로 편성해 역대 최대 규모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내년 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1413조8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로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역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성장을 앞세운 확장 재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같이 확장 재정 실용 성장을 추구하는 정부에서 이 후보자는 "기획예산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 기획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멀리 보고, 기동력 있고 민첩하며, 권한은 나누고 참여는 늘리고, 운영 과정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획예산처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출범 직후 '공룡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쪼개는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18년 만인 내년 1월 2일부터 양대 경제 부처가 새로 출범한다. 부총리급 재정경제부는 거시경제 정책과 국제 금융, 세제를 총괄하고, 기획예산처는 국가 예산과 미래 정책 기획을 맡는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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