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소부장 위기 끊어낼 파트너… 中 '작은거인'과 손잡아라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9 18:18

수정 2025.12.29 18:17

포스코경영연구원 리포트
獨·日식 '히든챔피언' 모델 한계
中 '전정특신' 육성정책에 주목
'작은거인' 기업 폭발적 성장 견인
AI 등 韓기업 수요 큰 분야 중심
기술·공급망 등 파트너십 구축
유럽 강소기업과 협력 사례 참고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 뉴시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 뉴시스

중국이 '작은 거인(小巨人)' 기업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글로벌 제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도 중국을 단순 경쟁자가 아닌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재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9일 '글로벌 히든 챔피언 패러다임의 전환: 독일·일본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연구원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과 일본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던 '히든 챔피언' 모델이 구조적 한계와 디지털 전환 지체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은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화·정밀화·특색화·혁신화)'이라는 독자적인 육성 정책을 통해 '작은 거인' 기업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글로벌 제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그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으며, 특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한국은 양적 목표를 추종하기보다 '질적 혁신'에 집중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한 수요가 큰 분야는 AI 컴퓨팅 기술, 전력·수력·가스 계량용 반도체, 센서, PCB 펀칭 기술, 정밀 계측기기 등이 꼽힌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는 국산화가 미완성된 고부가가치 소재·부품·장비와 스마트 제조·디지털 전환 솔루션(공장 자동화,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협력 수요도 존재한다.

정 연구원은 "이러한 상호 협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을 단순한 구매·판매 대상을 넘어 전략적 협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술 협력, 공동 개발, 공급망 파트너십을 통한 프로젝트 수주 → 레퍼런스 확보 → 관련 산업단지로의 확산이라는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유럽 기업들의 협력 사례가 참고할 만 하다"며 "중국은 2000년대부터 각 성 단위로 유럽 중소기업(강소기업)과의 협력 및 발전 교류 행사를 개최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독일 히든 챔피언스 포럼'에서는 독일 질라벡 그룹(선풍기·모터 제조 강자)과 중국 메인라인 테크놀로지(레벨 4급 AI 트럭 개발 선도기업) 간 협력이 이뤄졌다.


그는 "이러한 정기 포럼의 성공 배경에는 2007년부터 시작된 중국-독일 정부 공동 중소기업 관리자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한 비즈니스 교류는 제조업 분야의 혁신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육성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