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년치 SNS 정보 제출해라"
무비자 단기 관광객에도 의무화
여행 준비하던 시민들 어리둥절
무비자 단기 관광객에도 의무화
여행 준비하던 시민들 어리둥절
미국이 무비자 단기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SNS) 정보 제출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미국 여행을 준비하던 이들 사이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경 통제 강화 기조 속에 입국 심사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질 것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고환율 부담과 맞물려 여행은 물론 유학 수요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국내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는 미국 무비자 입국 시 필요한 전자여행허가제(ESTA) 발급 요건이 한층 엄격해진단 소식에 우려 섞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약 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카페 '미국 여행 디자인'에는 "SNS 기록 제출이 정말 의무화되는 것이냐", "과거 게시물이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문의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내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북중미 월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항공기와 숙소 예약까지 마친 대학생 한모씨(24)는 "월드컵 결승전을 보는 게 인생 목표라 이번 여행을 계획 중인데, 자유의 나라로 대표되는 미국이 개인 SNS를 검열한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을 보려면 SNS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북중미 월드컵 상품을 기획 중인 한 자유여행 전문 여행사는 "최근 ESTA 관련 문의가 꽤 들어오고 있다"며 "복잡해진 발급 절차 안내에 결국 예약을 취소한 사례도 나오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미국 정부가 ESTA 심사 과정에서 SNS 등 민감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0일(현지시간) ESTA 신청 시 지난 5년간 SNS 정보와 10년간 이메일 주소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연방 관보에 게재했다. 이번 조치는 6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내년 2월 이후 시행될 전망이다.
ESTA 규정 강화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 강화' 행정명령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인 미국 여행 수요가 더욱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급감했던 미국 관광객 수는 2022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회복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줄어들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미국 관광객 수는 약 13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고환율로 예전보다 20~30%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과 더불어 미국 조지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 트럼프 정부의 자국중심주의와 보호주의적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국경 통제 기조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여행 수요가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엔 미국 국무부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심사 과정에서 SNS 검토를 공식화하며 3주간 학생 비자 발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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