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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서사' 걷어낸 인쿠시의 민낯... 서브 집중타에 이대로 무너지나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9 21:15

수정 2025.12.29 21:14

인쿠시 향해 쏟아지는 서브... 버티지 못하는 인쿠시
극도로 낮은 리시브 효율, 공격에까지 영향
아포짓 가기에는 신장 작은 인쿠시... 고희진 감독의 딜레마

25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경기. 정관장 인쿠시가 공격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경기. 정관장 인쿠시가 공격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하위 탈출의 '마지막 퍼즐'로 기대받았던 아시아쿼터 인쿠시(22·정관장)가 V-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팀의 연패 탈출을 위해 긴급 수혈됐지만, 공수 밸런스의 엇박자 속에 정관장의 고민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관장은 지난 28일 IBK기업은행전 패배로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승점 15점으로 최하위. 반등이 절실한 시점에서 대체 선수로 합류한 인쿠시의 활약 여부는 팀 운명을 가를 중요한 변수였다. 하지만 데뷔 후 3경기를 치른 현재, 인쿠시를 향한 시선은 '기대'에서 '우려'로 바뀌고 있다.



인쿠시는 입단 전부터 배구 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이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인 <신임감독 김연경>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보여진 '배구 여제' 김연경의 지도와 성장 서사는 그녀를 단순한 유망주 이상의 존재로 각인시켰다. 정관장이 부상당한 위파위의 대체자로 인쿠시를 선택했을 때 팬들의 기대가 남달랐던 이유다.

하지만 '방송'과 '프로'의 무대는 엄연히 달랐다. 예능 속 드라마틱한 성장 스토리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V-리그 코트 위에서 그대로 재현되지 않았다. 화제성은 관중을 모을 순 있어도,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경기. 정관장 인쿠시가 팀 득점 성공에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경기. 정관장 인쿠시가 팀 득점 성공에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리시브하는 정관장의 인쿠시(오른쪽).연합뉴스
리시브하는 정관장의 인쿠시(오른쪽).연합뉴스

기술적인 측면에서 인쿠시의 가장 큰 딜레마는 '포지션 적합성'이다. 인쿠시는 다양한 코스로 공을 때릴 수 있는 '스프레이 히터' 유형의 공격수다. 공격 기술만 놓고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그가 서 있는 자리가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라는 점이다. 현대 배구에서 레프트는 공격만큼이나 리시브가 중요하다. 그러나 인쿠시의 리시브 효율은 데뷔전 6%대, 이어진 현대건설전 12%대로 프로 기준점에 미치지 못한다. 상대 팀 목적타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리시브 면제가 가능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돌리기에는 하드웨어가 아쉽다.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해야 할 아포짓 포지션에서 압도적인 높이나 블로킹을 뚫어낼 파괴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레프트 자리에서 버텨줘야 하는데, 리시브가 흔들리니 장점인 공격마저 빛을 잃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선수가 성장하려면 코트에서 이겨내야 한다"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팀 사정이 여의치 않다. 당장 1승이 급한 최하위 팀이 외국인 선수 쿼터 한 자리를 '육성'에 할애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인쿠시는 분명 잠재력을 가진 선수다. 그러나 프로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가 아닌, 실력을 보여주는 무대다.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준 환상을 걷어내고, 냉정한 프로의 현실에 적응하는 것. 그것이 '예능 스타'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V-리그 선수'로 거듭나야 할 인쿠시와 정관장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