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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vs 이사회, 엘리엇 가세… 룰루레몬 어디로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0 03:56

수정 2025.12.30 03:56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 중 한 명인 칩 윌슨이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까지 가세하면서, 룰루레몬을 둘러싼 지배구조 갈등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윌슨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룰루레몬 이사회에 신규 이사 3명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차기 CEO 선임을 감독할 인물로 ▲전 온러닝(On Running) 공동 CEO 마크 마우러 ▲전 ESPN 마케팅 책임자 로라 젠타일 ▲전 액티비전 CEO 에릭 허시버그를 추천했다. 윌슨은 현재 룰루레몬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윌슨은 "룰루레몬이 다시 성장하려면 비전과 창의성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현 이사회는 이러한 역량이 부족해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상업적 모멘텀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룰루레몬 강남 플래그십 매장. 사진=연합뉴스
룰루레몬 강남 플래그십 매장. 사진=연합뉴스


주가 1년 새 45% 급락… CEO 교체 수순


룰루레몬은 2025년 들어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담, 신규 경쟁 업체들의 공세, 위축된 소비 심리가 겹치며 특히 북미 시장에서 성장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알로(Alo), 패블레틱스(Fabletics), 뷰오리(Vuori), 킴 카다시안의 스킴스(Skims) 등이 고가 액티브웨어 시장에서 룰루레몬의 지배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여파로 룰루레몬 주가는 지난 1년간 약 45%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248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회사는 이달 들어 캘빈 맥도널드 CEO를 교체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맥도널드 CEO는 요가 중심 브랜드를 골프·테니스 등으로 확장하고 남성 고객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내년 1월 말 퇴임할 예정이다.

엘리엇도 지분 10억달러 이상 확보


룰루레몬의 경영난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개입으로 이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엘리엇은 룰루레몬에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엘리엇은 브랜드 재건 경험이 있는 전 랄프 로렌 임원 제인 닐슨을 차기 CEO 후보군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엘리엇의 행동주의 캠페인은 윌슨의 이사회 개편 요구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양측은 공조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룰루레몬을 설립한 윌슨은 최근 수년간 현 경영진을 향해 공개 비판을 이어왔다.
그는 경영진이 "월가의 언어는 능숙하지만 제품 중심(product-driven) 접근법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에도 윌슨은 2022년 3월부터 마티 모핏이 이끌어 온 이사회가 CEO 승계 계획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그는 "현 이사회는 차기 CEO를 선임하고 지원할 능력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신규 이사 선임만이 주주 신뢰를 회복하고 룰루레몬을 다시 성장과 제품 혁신, 프리미엄 품질의 궤도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