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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바이오텍 본산 보스턴 붕괴…"박사도 일자리가 없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0 05:59

수정 2025.12.30 05:59

[파이낸셜뉴스]
미국 바이오텍의 성지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바이오텍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사진은 2017년 4월 3일(현지시간) 보스턴 교외 케임브리지의 매사추세츠공대(MIT) 캠퍼스. AP 뉴시스
미국 바이오텍의 성지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바이오텍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사진은 2017년 4월 3일(현지시간) 보스턴 교외 케임브리지의 매사추세츠공대(MIT) 캠퍼스. AP 뉴시스

미국 바이오텍 본산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바이오텍 산업이 붕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 흐름이 바이오텍에서 인공지능(AI)으로 돌아서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스턴 몰아주기’가 아닌 분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바이오 산업이 보스턴 ‘1극 체제’에서 여러 지역으로 분산된 ‘다극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아울러 미 바이오 산업이 둔화하면서 고급 인력들이 미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박사도 일자리가 없다

올해 31세의 제러미 류는 학위를 받은 뒤 보스턴 바이오 산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2018년 뉴저지주를 떠나 보스턴으로 갔다.

그는 지난해 명문 매사추세츠대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출신인 류는 졸업 후 약 보스턴 지역 500곳 업체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류는 정부 식료비 보조(푸드스탬프)를 받을 정도로 곤궁한 생활 끝에 지금은 AI 스타트업에서 시간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 바이오업계에서 일자리를 잡을 생각을 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최근 수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매사추세츠주의 바이오텍 연구개발(R&D) 일자리가 지난해에는 소폭 감소세로 돌아서 6만5000개 수준으로 줄었다.

고용 증가가 미미한 가운데 감원이 늘고 있다.

실험실 공실률 급등

부동산업체 CBRE에 따르면 바이오텍 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난 9월말 현재 보스턴 지역 실험실 공실률이 28%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전세계 바이오텍의 허브로 간주되는 보스턴 켄덜 스퀘어의 실험실 공실률은 2021년 0.4%에서 지난 9월 17%로 치솟았다.

자금 유입 급감

보스턴이 몰락하는 주된 배경은 우선 AI 붐이다.

AI가 붐을 타면서 벤처캐피털(VC) 자금이 바이오에서 AI로 대거 이동했다.

매스바이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사추세츠 바이오 기업에 유입된 벤처 자금은 2017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 폭증했던 자금 유입이 8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매사추세츠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금으로 받는(시드머니) 평균 금액은 2022년 상반기 1100만달러에서 올 상반기에는 770만달러로 31% 급감했다.

민주당 아성,싹을 자른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스턴, 매사추세츠 지역 고사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매사추세츠주, 특히 보스턴에 집중된 미 바이오 산업을 여러 지역으로 분산시키겠다며 미 전역으로 예산을 분산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의 자금을 독식하며 ‘바이오 실리콘밸리’로 성장한 보스턴과 매사추세츠주를 역차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스턴과 매사추세츠주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트럼프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지역이다.

인재 역수출

미국 바이오 산업이 주춤하는 틈을 타 중국이 미 바이오 산업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홍콩이나 중국 인재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였던 보스턴이 이제는 중국에 고급 인력을 빼앗기고 있다.

보스턴에는 중국 바이오가 붐이니 중국으로 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는 역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인재를 확보하기가 쉬워지고, 우수한 미 바이오 벤처를 인수하거나 자금을 대고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만 AI에 돈이 몰리면서 바이오 글로벌 자금줄은 마르고 있어 상장,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