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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증시결산]① "꼴찌에서 1등으로"…세계 최고수익률 코스피

연합뉴스

입력 2025.12.30 06:05

수정 2025.12.30 06:05

'사천피' 뚫고 75.9% 급등…美S&P500 상승률 4.3배 수준 정부 부양 기대감에 코스닥도 37.5%↑"…"내년도 강세 지속" '불장'에 증권사 실적도 껑충…은행→증권 머니 무브 기대도
[2025 증시결산]① "꼴찌에서 1등으로"…세계 최고수익률 코스피
'사천피' 뚫고 75.9% 급등…美S&P500 상승률 4.3배 수준
정부 부양 기대감에 코스닥도 37.5%↑"…"내년도 강세 지속"
'불장'에 증권사 실적도 껑충…은행→증권 머니 무브 기대도

코스피 4000 돌파를 기념하는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증권사 대표들 (출처=연합뉴스)
코스피 4000 돌파를 기념하는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증권사 대표들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전교 꼴찌에서 전교 1등으로", "사두용미(蛇頭龍尾)",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다."
2025년 한 해 한국 주식시장이 걸어온 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며 증권가 전문가들이 동원한 표현이다.

전년도에는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던 코스피는 올해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9일 전장보다 90.88포인트(2.20%) 오른 4,220.56에 장을 마쳤다.

작년 말 종가(2,399.49) 대비로는 75.89% 상승한 수치다.



◇ 하반기 내내 불장 코스피…"역대 3위 상승률"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원화 강세와 3저 호황이 나타났던 1987년(93%)과 IMF 위기 후 IT 버블시기였던 1999년(83%) 다음으로 국내 주식시장 역대 상승률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에 짓눌려 있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전쟁 같은 초대형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까닭이다.

트럼프가 몰고 온 반(反) 세계화 흐름과 미중 패권전쟁의 최대피해자가 한국이 될 것이란 우려에 외국인은 일찌감치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던 참이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감에 암울하기만 하던 분위기가 전환된 계기는 6월 조기 대선이었다.

서울시선관위 외벽에 내걸린 대선투표 독려 현수막 (출처=연합뉴스)
서울시선관위 외벽에 내걸린 대선투표 독려 현수막 (출처=연합뉴스)


경제를 옭아매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 자금은 봇물이 터지듯 복귀했다.

새 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그간 외면받던 '국장'(국내 증시)에 온기를 더했다.

이에 힘입어 6월 20일 3,021.84에 마감해 3년 6개월 만에 처음 3,000선을 넘은 코스피는 이로부터 약 4개월만인 10월 27일 장중 4,000선을 뛰어넘는 새 역사를 썼다.

11월 3일에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4,221.87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1980년 코스피 출범 후 45년 만에 전인미답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올해 장중 사상 최고치는 같은 달 4일의 4,226.75다.

◇ AI 붐 등 겹호재에 글로벌 증시 '압도적 1위'
그런 코스피의 올해 수익률(75.89%)은 주요국 증시 가운데 압도적 1위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 수익률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4.4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4.49%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22.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와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각각 26.65%와 18.30% 올랐다. 대만 가권지수 상승률도 25.07%였다
코스피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 들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각종 악재로 저평가된 채 한해를 출발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과 유동성, 산업 측면에서 여러 호재가 한꺼번에 터졌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재개되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유동성 랠리가 나타났고,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김종민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2026년에도 한국 증시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우호적인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AI 성장 스토리와 맞물린 기업실적 상향이 시장 전반의 레벨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에 비해 밀릴 뿐 코스닥 수익률(37.51%) 역시 글로벌 기준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특히 코스닥은 정부의 활성화 정책 기대감 등에 힘입어 막판 뒷심을 나타내며 '천스닥' 도약을 시도 중이어서 주목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걷는 시민들 (출처=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걷는 시민들 (출처=연합뉴스)


◇ 증권사 실적도 '껑충'…급성장에 위상 달라져
올해는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도 위상이 크게 제고된 한 해였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60개 증권사의 올해 2분기, 3분기 순이익은 각각 2조8천502억원과 2조4천92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0%와 37.6%씩 증가했다.

9월 말 기준 증권사 자산총액은 908조1천억원으로 작년 말(755조3천억원)보다 20% 넘게 껑충 뛰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 반기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연 한국투자증권이 조만간 연간 영업이익 3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상위권 증권사들의 약진도 눈에 띄는 한해였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 1위 노무라홀딩스의 2024년 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3월) 영업이익 4천720억엔(약 4조3천240억원)을 바짝 따라잡았다.

노무라를 넘어 '아시아 넘버 원'이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온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아시아 최대인 노무라증권 및 맥쿼리증권과 비교 시 자기자본 규모는 작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으로는 앞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돼 이달부터 종합투자계좌(IMA) 상품 판매에 들어갔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도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7개사로 늘었다.

업계에선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되는 IMA와 발행어음을 통해 은행 예금에서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가 나타날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IMA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대형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간의 실적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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