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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증시 결산]③ '불장'에 ETF 순자산 300조…고환율에 '서학개미 논란'도

연합뉴스

입력 2025.12.30 06:05

수정 2025.12.30 06:05

공모주 시장, 하반기 IPO 개편안에 관망세 보이다 연말 코스닥 정책 기대에 활황 '홈플러스·롯데카드 사태'로 사모펀드 책임론 지속…당국 '원 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2025 증시 결산]③ '불장'에 ETF 순자산 300조…고환율에 '서학개미 논란'도
공모주 시장, 하반기 IPO 개편안에 관망세 보이다 연말 코스닥 정책 기대에 활황
'홈플러스·롯데카드 사태'로 사모펀드 책임론 지속…당국 '원 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ETF 지수 상승 (PG) (출처=연합뉴스)
ETF 지수 상승 (PG)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올해는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호황을 띠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게 됐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 기대감에 연말로 갈수록 새내기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개미 투자자'의 공격적 미국 투자가 지속했고, 이에 금융 당국은 '서학 개미'를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 펀드(PEF) 운용사의 단기 이익 극대화에 대한 책임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자본 시장에 대한 순기능이 있는 만큼 기업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 ETF 300조원 돌파 눈 앞…상품 베끼기 비판도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상장된 ETF의 순자산 총액은 295조7천3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73조5천639억원에서 약 1년 사이 122조1천756억원 늘어났다.



특히 지난 6월 4일 국내에 ETF가 도입된 지 약 23년 만에 200조원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약 반 년 만에 100조원가량 불어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코스피가 전고점을 연신 경신하자 ETF도 순자산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ETF는 주식처럼 편하게 매매할 수 있으면서도 통상 개별 종목 주가가 아닌 주가 지수를 따르는 '패시브' 성격이 강해 안정성 면에서 주식보다 유리하다.

운용 보수 등 비용도 공모 펀드보다 저렴해 2019년 코로나 이후 빠르게 '국민 재태크 상품'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장된 ETF 수만 1천 개를 넘어섰다.

상품 다변화로 미국 우량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단기 채권, 고배당주 등 여러 자산 기반의 ETF가 매매되고 있다.

이처럼 ETF가 활성화하자 그간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가입했던 공모 펀드를 ETF처럼 손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모 펀드 직상장 제도가 지난 10월 시행되기도 했다.

다만 ETF 시장의 양적 성장에 걸맞은 안정적인 제도 정착에 대한 고민도 작지 않다.

맹목적 수수료 인하 등 '제 살 갉아 먹기' 경쟁과 비슷비슷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베끼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에 ETF를 연계해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작업이 업계의 대표 과제로 꼽힌다.

임은혜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연간 ETF 상장 건수는 매년 신기록을 쓰는 가운데 올해 신규로 상장된 ETF 170개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UM(운용 자산) 상위 10개 ETF가 전체 ETF 시장의 25%를 차지한 반면, AUM 100억원 미만의 ETF는 159개에 달해 양극화가 심화했다"며 특히 "유사한 구조의 ETF가 단기간에 다수 상장돼 선두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정 LS증권[078020]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랠리에 따라 ETF의 거래가 활성화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지난해 12월 국내 상장 ETF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3.5조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11월 9.5조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넥스트레이드에서의 ETF 거래와 기금형 퇴직연금에 ETF 도입 등을 내년에 주목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다.

코스피 4,000 돌파 (출처=연합뉴스)
코스피 4,000 돌파 (출처=연합뉴스)


◇ 연말로 갈수록 뜨거워진 공모주 시장…"당분간 활황 이어질 것"
유진투자증권[001200]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어급' 기업인 LG CNS와 서울보증보험[031210]을 포함해 42개 종목이 상장했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64.9%, 공모가 대비 상장 첫날 종가 수익률은 34.7% 등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상반기 공모주 시장은 국내 정치적인 이슈를 비롯해 해외의 불안한 정세와 미국의 관세 정책 우려 속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은 896대 1, 일반 청약 경쟁률은 912대 1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기업 공개(IPO) 규제 개편안'이 시행되고 긴 추석 연휴 등의 여파로 관망 심리가 작용하면서 공모주 시장은 잠시 주춤했다.

개편안은 기관 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강화를 비롯해 공모주 배정 방식 개선, 수요 예측 참여 자격 및 방식 강화, 주관사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공모주 시장은 이 같은 관망세에서 벗어나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금융 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IPO 시장은 다시 뜨거워졌다.

이번 달 들어 24일까지 상장한 종목 중 리브스메드[491000](-9.8%)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첫 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상승 마감했다.

이 가운데 알지노믹스[476830]와 에임드바이오[0009K0]는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하며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말 들어 이 같은 공모주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데 대해 의무 보유 확약 강화에 따라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감소한 점을 한 이유로 꼽고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올해 상장한 종목들의 상장 1개월 수익률 평균은 41%인데, 11월 상장 종목들은 공모가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 수익률 평균은 110%로 두 배 이상 높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는 정책과 IPO 시장 모두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뀌면서 당분간 신규 상장사들의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는 IPO '대어'로 꼽히는 인터넷 전문 은행 케이뱅크와 LS그룹 계열의 에식스솔루션즈 등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코스닥 시장 지원 정책을 통해 상장·상장 폐지 제도를 전면 개선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상장을 불확실한 이벤트가 아닌 제도적으로 관리되는 회수 경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IPO 시장 활성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출처=연합뉴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출처=연합뉴스)


◇ 서학 개미, 공격적 미국 주식 투자 지속…일각서 고환율 원인으로 지목도
서학 개미의 공격적 미국 주식 투자는 올해도 이어졌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 금리 인하 사이클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나스닥 지수 등 미국의 주가 지수를 밀어 올리자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넘어 뉴욕 증시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현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천685억5천890만 달러(약 224조3천261억원)다.

같은 시점 기준 미국 채권 보관액은 194억 달러(약 28조1천243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주식의 경우 올해 들어 327억6천914만 달러(약 47조4천989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매수 결제액 111억5천433만 달러(16조1천682억원) 대비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특히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며 고공 행진을 하자 서학 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순매수 자체는 지속됐다.

올해 4분기에만 서학 개미는 미국 주식을 149억6천914만 달러(약 21조6천978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서학 개미를 고환율이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미국 주식 매수를 위해 국내 투자자가 환전에 나서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고환율의 주된 요인으로 외환 수급 쏠림을 지목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역내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이하 암로)의 동 허 수석 경제학자도 최근 고환율 흐름의 원인으로 "국내 투자자의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에 투자 관심이 늘고 확대된 것이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학 개미는 작금의 환율 상승은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 외에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나 수출 업체의 달러 보유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인데 투자자에게만 그 탓을 돌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논란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기자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는 오죽하면 청년들이 해외 투자를 하겠느냐. 정서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정책 당국도 '서학 개미에게 차별적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유념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이는 동시에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20%)를 1년간 비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한도는 1인당 5천만원이다.

미국 달러 (출처=연합뉴스)
미국 달러 (출처=연합뉴스)


◇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 책임론 커져…당국 "원 스트라이크 아웃"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간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이 망가질 정도로 비용을 절감하거나 부채 부담을 지운 뒤 팔아버리는 수익 극대화 모습을 종종 보이면서 세간으로부터 '먹튀' 혹은 '기업 사냥꾼' 등의 비판을 받아오기는 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를 신청하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더 크게 불거졌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 하락을 인지한 상태에서 대규모 단기 채권을 발행하고 이후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이 나온 탓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9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단기 채권 발행 관련 보고나 승인이 있었는지, 투자자의 손실을 예상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MBK파트너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롯데카드에서 해킹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사모펀드의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당시 단기 이익에 매몰돼 보안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PEF 운용사(GP)의 책임성 및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대한 법령을 1회만 위반해도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GP가 운용 중인 모든 PEF의 운영 현황을 일괄 보고하도록 하고, PEF가 투자·인수한 기업의 주요 경영 정보도 보고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PEF가 단기 이익 실현에 매몰돼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PEF 운용에 대한 감독 당국과 시장(투자자)의 감시 기능을 더욱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자본 시장을 통한 기업 구조 조정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국내 기업과 자본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견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우 소수 지배 주주가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하던 그간의 지배 구조를 개선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PEF의 가치 제고와 투자 성과 분석' 보고서에서 "PEF가 자본 시장과 기업에 대해 갖는 본질적 의의는 기업의 경영 개선을 통한 가치의 창출이므로 시장 성숙기에 돌입한 국내 PEF의 입장에서도 지속해 가치 제고 역량을 배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 출석해 의원 질의 듣는 김병주 회장 (출처=연합뉴스)
국정감사 출석해 의원 질의 듣는 김병주 회장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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