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에만 7시간 넘게 걸려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 29일 울산 아파트 화재로 숨진 70대는 저장강박증을 앓아왔고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경찰과 울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불은 지난 28일 오후 6시 56분께 남구 달동의 한 아파트 7층에서 발생했다. 이날 불은 무려 7시간 45분이나 지난 뒤에야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이 인력 66명과 장비 27대를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집안에 어른 키높이만큼이나 가득 차 있던 쓰레기 더미로 인해 진화의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관들이 진화 과정에서 집밖으로 빼낸 쓰레기는 옷가지와 가전제품,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아파트 복도를 가득 채웠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곳에 거주하던 70대는 집안 쓰레기 더미 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숨진 70대는 베트남전에 참전했었고, 평소 저장강박증을 겪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이 아파트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지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남전 참전 유공자였기에 매달 정부로부터 월 45만원 수준의 참전명예수당을 받아왔다.
수년 전부터 집 안에 쓰레기와 폐가전, 옷가지 등을 쌓아두고 생활해왔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마다 비닐봉지에 갖가지 쓰레기를 담아 들고 오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쓰레기 집을 만들어가는 오랜 세월 동안 이웃들은 악취와 해충 등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민원을 접수한 구청과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쓰레기 처리를 권유했지만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세대에 대한 화재 위험성이 또 다시 부각되면서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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