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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붐보다 빠르다…AI가 찍어낸 '젊은 억만장자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0 10:37

수정 2025.12.30 10:37

챗GPT 이후 등장한 AI 창업자들의 초고속 자산 축적
머스크·닷컴 붐 세대와 비교한 부의 형성 구조 변화
실적 이전 기업가치 급등 현상이 시장에 주는 신호
지난 2월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를 떠나 AI 스타트업 '싱킹머신스랩'을 설립해 4개월만에 1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미라 무라티(37). 뉴시스
지난 2월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를 떠나 AI 스타트업 '싱킹머신스랩'을 설립해 4개월만에 1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미라 무라티(37).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에서 '젊은 억만장자'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있다. 오픈AI의 대화형 AI '챗GPT'가 등장한 2022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AI 분야에서 신흥 억만장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부의 축적 속도 자체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AI 스타트업 창업자와 핵심 인재들이 극히 짧은 기간 안에 막대한 자산을 쌓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미래 가능성을 앞다퉈 가격에 반영하면서 실제 매출이나 제품 출시 이전에 기업가치가 수십조원대로 평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의 자산 형성과 대비된다.

머스크는 1999년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을 창업한 뒤 페이팔 매각, 스페이스X 설립, 테슬라 상장 등을 거쳐 2012년에야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술 창업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AI 세대는 속도가 다르다. 미라 무라티(37)는 오픈AI를 떠난 뒤 지난 2월 AI 스타트업 '싱킹머신스랩'을 설립했고, 불과 4개월 만에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인정받았다. 또 다른 오픈AI 출신인 일리아 수츠케버(39)가 지난해 6월 세운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는 아직 제품조차 출시하지 않았지만 기업가치 320억달러로 평가됐다.

2022년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AI'를 창업한 브렛 애드콕(39)의 개인 순자산은 3년 만에 195억달러까지 불어났다. 같은 해 영업을 시작한 아라빈드 스리니바스(31)의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역시 기업가치 200억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의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올해 2월 30억달러였던 기업가치는 이달 들어 80억달러로 뛰었다. 이에 따라 창업자인 윈스턴 와인버그(30)와 게이브 페레이라(34)의 자산도 단기간에 급증했다. NYT는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짧은 시간 안에 '서류상 억만장자'가 대거 탄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신흥 부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나이다.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의 마이클 트루엘(24)과 공동창업자들은 2022년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중퇴한 뒤 회사를 설립해 3년 만에 20대 억만장자가 됐다. 채용 플랫폼 '머코'의 브렌던 푸디 역시 2023년 조지타운대를 그만두고 창업해 기업가치 100억달러를 일궜다.

기술 경제를 연구하는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교수는 "19세기 말 도금 시대나 2000년대 초 닷컴 붐처럼 이번 AI 열풍도 매우 젊은 인물들을 아주 빠르게 부자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자산의 상당 부분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주식 평가액이라는 점에서 '서류상 억만장자'라는 지적도 있다.
사파이어 벤처스의 자이 다스 파트너는 "결국 누가 살아남느냐가 관건"이라며 "스타트업이 약속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부는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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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