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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장 해제 안 하면 제3국이 하마스 제거…네타냐후는 사면될 것"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0 15:42

수정 2025.12.30 15:42

이스라엘 네타냐후 편들기 계속
이스라엘 대통령실 "사면 약속한 적 없어"
네타냐후 "트럼프에게 이스라엘상 수여할 것" 아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9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도착해 인사말을 마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9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도착해 인사말을 마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 구상 2단계의 핵심 쟁점인 하마스 무장해제를 강하게 압박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 사면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이스라엘 대통령실이 즉각 부인하면서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무장 해제하지 않으면 중동의 다른 나라들이 하마스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의 무장해제는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해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하고, 중동의 거의 모든 국가가 지지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 2단계에 포함된 조항이다. 2단계에는 △하마스의 무장해제에 따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의 철군 △기술관료가 주도하는 새 팔레스타인 정부 수립 △가자지구 안보·치안을 담당할 국제안정화군(ISF) 구성 △가자지구 재건 착수 등이 담겨있다.



그러나 하마스가 무장해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전쟁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휴전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일이 있을 것이다. 정말 나쁜 일이 그들에게 있을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지도자의 의견이나 시각에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하며 회담의 성과를 강조하는 한편,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사면 필요성도 거듭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우대 입법 등을 원하는 사업가들로부터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 안팎의 뇌물을 받은 혐의, 카타르에서 6500만달러(약 932억원)에 달하는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오히려 "전시(戰時) 총리이자 영웅"이라고 평가하며, "어떻게 사면을 안 해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그가 사면이 진행 중이라고 내게 말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대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사면 요청이 접수된 이후, 헤르조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몇주 전 헤르조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와 통화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요청 서한에 대해 문의 받은 적은 있다"며 "당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설명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헤르조그 대통령이 이스라엘 국민에게 밝힌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 측에 그대로 설명했을 뿐 사면을 약속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날 오후 '사면과 관련해 헤르조그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느냐'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그는 "사면 받아야 하고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동 정책을 자기 뜻대로 하려면 호흡이 잘 맞는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을 잃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최고 민간 훈장인 '이스라엘상(Israel Prize)'을 수여하겠다고 밝혀, 사면 논란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예우와 정치적 유대 강화를 동시에 시도했다.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들은 이를 두고 아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적 감정을 외교 정책에 반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네타냐후 총리가 적극 활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군사·외교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스라엘의 현실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헤르조그 대통령을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