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스트레스성 심근병증, 급성 심근경색 증상과 비슷"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0 16:12

수정 2025.12.30 16:14

온병원 "흉통, '참고 견딜수 있는 증상'으로 인식 안 돼"
[파이낸셜뉴스] 일상에서 '심장이 상했다'는 표현은 '감정이 크게 흔들렸다'는 뜻으로 종종 쓰인다. 하지만 이 말은 실제로 심장 기능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는 의학적 의미를 담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심리적 충격이나 극도로 높은 스트레스 상황은 심장 근육의 수축 능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 온병원 심혈관센터 장경태 과장(심장내과전문의)은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은 혈관이 막히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스트레스 반응으로 제 기능을 잃는 것이 핵심"이라며 "심전도 및 혈액검사 결과를 보면 급성 심근경색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 초기 단계에서 혼동할 수 있다"고 30일 조언했다.

주로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최근에는 업무·가정·대인관계 스트레스가 높은 중년층 직장인에게도 보고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직장에서 조직 개편 소식을 갑자기 접한 50대 남성 A씨는 가슴이 뻐근하게 조여오고 숨을 들이쉬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식은땀과 어지러움까지 나타나자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해 응급실로 이동했다. 심전도 검사와 혈액검사에서 심근 손상을 시사하는 소견이 확인되었지만, 관상동맥조영술에서는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진 부위가 나타나지 않았다.

온병원 장경태 과장은 "A씨는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 근육의 일부가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잃은 상태였다"며 "약물치료와 안정으로 1∼2주 내 회복이 가능했고 실제로 기능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성 심근경색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관상동맥 내부에 혈전이 생겨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 심장 근육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 혈액이 닿지 않는 부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이 심해지고 결국 괴사에 이르며, 이 과정은 되돌릴 수 없다.

이 병원 김현수 과장도 "급성 심근경색은 시간을 다투는 질환으로,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며 "스텐트 삽입과 같은 시술을 단 몇 분, 몇 시간 내 결정해야 생존율과 회복 정도가 바뀐다"고 말했다.

두 질환은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슴 한가운데를 누르듯 조여 오는 통증, 숨이 차고 답답한 느낌, 식은땀과 심한 불안감, 이유 없는 맥박 증가 등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심전도 검사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 심근 손상 지표가 혈액에서 상승하는 것 역시 두 질환이 공유한다. 이 때문에 최종적인 감별은 관상동맥조영술과 심장 초음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은 혈관이 비교적 멀쩡하게 보이는 반면, 급성 심근경색은 혈류가 차단된 위치가 명확히 드러난다.

심장내과전문의들은 가슴 통증을 스스로 판단해 넘기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더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며, 특히 스트레스를 받은 직후 나타나는 흉통은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경태 과장은 "흉통은 '참아서 나아질 수 있는 통증'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한 번의 심장 질환 경험은 이후 생활 습관과 건강관리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조절 역시 심혈관질환 예방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수면과 휴식의 균형, 지나친 업무 과부하 조절, 미약하더라도 규칙적인 운동, 카페인과 흡연의 조절 등이 기본적인 관리법으로 제시된다. 감정적 부담이나 트라우마성 사건을 겪은 이후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그 자체로 심장 건강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성 심근병증, 급성 심근경색 증상과 비슷"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회장 정근·온병원그룹 원장)는 "우리가 흔히 쓰는 '심장이 상했다'는 표현은 이제 감정의 은유를 넘어 실제 심장 상태와 연결될 수 있다"면서,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발생했다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진의 진단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