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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차세대 전기차에 ‘삼성 반도체’ 쓴다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0 18:35

수정 2025.12.30 18:34

삼성전자, 車시스템반도체 공략
‘엑시노스 오토 V720’ 탑재 예정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차량용 시스템온칩(SoC)인 '엑시노스 오토 V720'이 탑재되는 BMW의 iX3 내부. 뉴스1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차량용 시스템온칩(SoC)인 '엑시노스 오토 V720'이 탑재되는 BMW의 iX3 내부. 뉴스1

삼성전자가 독일 완성차 업체 BMW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자사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프로세서 공급을 시작하며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이번 공급은 비메모리 실적 반등 기대 속에 유럽 프리미엄 전장 시장 진입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차량용 시스템온칩(SoC)인 '엑시노스 오토 V720'을 BMW의 차세대 전기차 '뉴 iX3'에 탑재했다.

뉴 iX3는 BMW가 새롭게 선보이는 전동화 플랫폼 기반 모델로 이번 공급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의 주요 파트너로서 삼성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차량용 프로세서로 △실시간 운행 정보 제공 △고화질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 등 차량용 IVI 기능의 핵심을 담당한다.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 기준을 요구하는 독일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됐고 해당 기업의 대표 전동화 모델에 적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앞서 아우디(2019년), 폭스바겐(2021년)에 동일 계열 칩을 공급한 바 있으며 BMW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주는 최근 실적 부진을 겪던 비메모리 사업의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을 개별 공개하진 않지만 최근 2년간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BMW를 시작으로 글로벌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며 점진적 회복세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급을 계기로 IVI를 넘어 자율주행·통합제어 등 전장용 SoC 분야로 고객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연말 조직 개편에서 시스템LSI사업부 내 '커스텀 SoC 팀'을 신설하고 설계 전문가인 박봉일 부사장이 조직을 이끌며 차량·인공지능(AI)용 맞춤형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성능·저전력 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그간 시스템LSI사업부의 주력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였지만 이번 공급을 시작으로 차량용 SoC와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겨냥한 제품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전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중국 BYD 본사를 직접 방문해 전장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11월에는 방한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기존의 배터리·디스플레이를 넘어 반도체 분야까지 완성차 협력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한편 삼성과 BMW의 협력은 10여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BMW i3에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바 있다.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