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한다면 꼭 선발, 아니라면 야수하고 싶다"
153km 뿌리는 4번 타자의 '이유 있는 고집'
심준석의 눈물과 송성문의 대박... "미국 직행, 여러가지로 고민 중"
하현승과 굴욕 내기 유쾌함... 목표는 '개교 80주년 2관왕'
명문고야구열전서 하현승, 엄준상 등과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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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026년 KBO 신인 드래프트 판도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하현승(부산고)과 '투타 겸업 천재' 김지우(서울고)가 있다.
특히 서울고의 2학년 에이스 김지우는 184cm의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속 153km의 강속구, 그리고 고교생임에도 목동 야구장을 훌쩍 훌쩍 넘기는 파워까지 갖춘 선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김지우는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부터 라이벌 하현승과의 관계까지. 당돌하지만 치밀한 계산이 선 '슈퍼스타' 김지우를 직접 만났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보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었다. 김지우는 투수와 타자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기 힘든 재능을 가졌다. 이미 지난 신세계 이마트배에서 타자로 7경기 타율 0.348(23타수 8안타) 1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4번 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왕중왕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지우는 "투수를 하게 된다면 불펜보다는 꼭 선발 투수를 하고 싶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만약 불펜 투수를 해야 한다면, 차라리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야수를 선택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덧붙였다.
그는 "성격상 항상 열정적으로, 근성 있게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매일 시합에 나가는 야수가 나에게는 더 맞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그는 3루수로 뛰다가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올라 마무리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3루수와 투수를 병행하면서도 최고 153km를 찍는 괴력은 그의 주가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김지우가 더 무서운 점은 아직 투수로서 100%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평소 투구 훈련을 따로 하지 않는다.
김지우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투타 모두 도움이 되는 위주로 하고, 투구 훈련은 대회 한 달 전 감독님이 '피칭 시작하자' 하시면 그때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문적인 투수 레슨 없이도 감각만으로 고교 타자들을 압도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신세계 이마트배에서 투수 훈련을 거의 하지 않고도 11.2이닝 무실점 2승을 거두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로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꼽으며 "투수만 전문적으로 한다면 선발로서 긴 이닝을 소화할 자신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고교 유망주들의 화두인 '메이저리그 직행'에 대해서도 김지우는 현실적인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최종 목표가 메이저리그다 보니 직행이 빠를지, KBO를 거쳐 가는 게 좋을지 고민 중"이라며 "내년이 되어봐야 알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사실 최근 분위기는 '직행'보다는 'KBO 경유'로 기울고 있다. 심준석(전 피츠버그)과 이찬솔(전 보스턴) 등 직행파 유망주들이 마이너리그의 냉혹한 시스템 속에서 방출의 아픔을 겪은 반면, KBO를 평정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하성(애틀란타), 송성문(샌디에이고) 등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장받았다.
특히 최근 송성문(키움)이 맺은 3년 1500만 달러 계약은 고교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소 뒤늦게 포텐이 폭발하더라도 2년정도만 KBO에서 확실한 성적을 내면 통한다는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의 모범 답안이 되었기 때문. 김지우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이자 절친인 부산고 하현승 이야기가 나오자 고교생다운 풋풋함이 묻어났다. 하현승은 194cm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 높은 공으로 '제2의 추신수'라 불리는 또 다른 최대어다.
김지우는 하현승과 청룡기 8강전 경기 전날 서로 이길 자신이 있다며 SNS 내기를 했고, 팀이 패배한 쪽이 "다시는 깝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SNS에 올리기로 했던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동기인 하현승과 엄준상은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됐지만, 그는 불발된 것. 그 아쉬움은 있었지만, 김지우는 "오히려 빠르게 잊고, 내년에 더 큰 보상을 받겠다"며 멘탈을 다잡았다고 강조했다.
김지우의 롤모델은 명확하다. 타자로서는 김도영(KIA)과 안현민(kt), 투수로서는 안우진(키움)이다.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들이 그의 지향점이다.
내년은 서울고 개교 80주년이다. 김지우의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거창했다. 그는 "전체 1순위 욕심은 당연히 있다"면서도 "그것보다 내년에는 우승 트로피를 2개 들어 올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투수로서 153km의 가능성과 타자로서의 클러치 능력을 동시에 증명한 김지우. 미국 직행과 한국 드래프트 참가 사이에서 고뇌하면서도 확실하게 자신의 철학을 밝히는 그의 눈빛에서, 2026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자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내년 3월 1일 명문고야구열전에서 하현승, 엄준상과 만난다. 그곳에서 김지우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매년 명문고야구열전에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간 선수가 전체 1번을 받았다.
작년에는 명문고야구열전 MVP인 정현우가, 올해는 개막전에서 154km를 꽂아넣는 박준현이 그 대상이었다.
그리고 내년에는 어쩌면 김지우가 그 반전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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