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존립 위협 보기 어렵다"…항소심 판단 그대로 확정
[파이낸셜뉴스] 고(故)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편지를 북한으로 보내고 근조화환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남북교류 사업가가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 4일 확정했다. 다만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됐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일부 업무상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A씨는 남북 교류 관련 체육단체에서 활동하던 인물로, 2010년 2월 김 전 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찬양 취지의 편지를 북한 인사에게 전달하고, 2011년 12월에는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김 전 위원장 근조화환을 보낸 혐의를 받았다.
2015년 8월 통일부 승인 없이 6000만원 상당의 축구화를 북한으로 반출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 같은 해 2~8월 경기도 등에서 받은 보조금 약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를 신고하지 않고 중국으로 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2013~2015년 보조금 6700만원을 임의 사용한 업무상 횡령 혐의 등도 함께 기소됐다.
쟁점은 A씨가 보낸 편지와 근조화환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했다"며 "실질적 위험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편지에 김 전 위원장을 직접 언급하고 '조국 북한'을 위해 일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점, A씨가 북한 측과 자문 등 영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2심은 국가보안법 위반과 일부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당시 평양 공장 설립 등 경제협력 사업을 진행 중이었고, 원활한 교류를 위해 예의상 편지와 화환을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편지 속 '장군님' '위대한 지도자' 등의 극존칭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표현이 다소 과하기는 하나, 남북교류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의례적인 수사에 불과할 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위험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근조화환 역시 당시 진행 중이던 축구대회를 앞두고 조의를 표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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