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우리 아이 키, 병원 가기 전에 AI 선생님께 물어보세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1 14:49

수정 2025.12.31 14:49

하이키한의원, 30년 임상 경험 반영한 성장 상담 챗봇 운영
최규희 하이키한의원 원장
최규희 하이키한의원 원장

[파이낸셜뉴스] AI 의료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 개념을 충실히 반영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특히 성장처럼 개인차가 크고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단순 수치 분석이나 결과 예측 중심의 AI가 한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하이키한의원이 운영 중인 성장 상담 AI 챗봇이 주목받고 있다. 30년 이상 축적된 한의학 성장 임상 경험을 반영한 이 챗봇은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보호자가 아이의 성장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 설명 중심의 AI 보조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기존 AI와 차별화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성장 요소 종합 분석

하이키한의원의 성장 상담 챗봇은 단순히 키와 나이를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보는 성장 요소들을 질문 흐름에 반영했다.

주요 질문에는 성장 속도 변화, 사춘기 진행 과정, 수면 습관, 아이들의 체질과 건강 상태, 면역, 소화·흡수 상태 등 전반적인 요소가 포함된다. 이 요소들은 각각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의학적 관점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성장 환경의 일부로 이해된다.

챗봇 개발을 총괄한 박승찬 대표원장은 "임상 데이터는 그대로 두면 부모들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다"며 "그 데이터를 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의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예상키 프로그램, '답' 아닌 '설명 도구'로 활용

챗봇에 포함된 예상키 프로그램에 대해 박 원장은 "부모에게 '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 흐름을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예상키를 가진 아이라도 수면, 사춘기 시기, 생활 습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또 "이 챗봇은 아이의 키를 평가하거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도구가 아니다"라며 "AI는 진단을 하는 주체가 아니라, 의사가 축적해온 임상 경험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매개체로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챗봇의 답변은 결과를 단정하지 않고, 현재 성장 단계의 특징, 주의 깊게 봐야 할 생활 리듬 요소, 향후 점검이 필요한 시점 등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의 "성장 요소들 통합적 접근 중요"

개발 큐레이터로 참여한 최규희 내과전문의는 "성장, 사춘기, 수면, 건강은 각각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며 "AI 챗봇은 이 관계를 질문 구조로 풀어내, 보호자가 아이의 성장 상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최 전문의는 예상키 프로그램의 역할에 대해서도 "예상키는 '미래를 맞히는 숫자'가 아니라, 현재 상태를 설명하기 위한 언어에 가깝다"며 "챗봇은 이 수치를 기준으로 지금 사춘기 속도가 중요한지, 수면이나 영양을 먼저 봐야 하는지 같은 관리의 우선순위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는 성장에 대한 단편적 정보와 과장된 사례가 많다"며 "이 챗봇은 비교나 불안을 조장하기보다, 아이에게 맞는 기준과 흐름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 행위 대체 아닌 진료 효율성 향상 목표

하이키한의원 측은 이 챗봇이 의료 행위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챗봇은 질병 진단이나 치료 효과를 보장하지 않도록 설계됐으며, 대신 보호자가 진료 전에 아이의 상태를 정리하고 질문을 준비하도록 돕는 역할에 집중한다.

병원 측에 따르면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상담 시간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보호자와 의료진 사이의 소통이 한층 원활해졌다고 한다.

이번 사례는 AI가 의료 영역에 적용될 때, 기술 자체보다 임상 경험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이키한의원의 성장 상담 챗봇은 한의학적 성장 개념을 현대적인 질문 구조로 풀어내, AI가 의료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