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믹스 전환’ 논쟁 재점화
AI시대 반도체 등 전력수요 급증
정부, 원전·신재생 비중 30%대로
에너지 믹스 전환해 전력난 해결
산업현장, 에너지 전환 동의하지만
계통망·ESS 구축 등 뒷받침돼야
소비자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
원전 변동성·재생 간헐성도 문제
"LNG 발전 유지해 보완해야"
AI시대 반도체 등 전력수요 급증
정부, 원전·신재생 비중 30%대로
에너지 믹스 전환해 전력난 해결
산업현장, 에너지 전환 동의하지만
계통망·ESS 구축 등 뒷받침돼야
소비자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
원전 변동성·재생 간헐성도 문제
"LNG 발전 유지해 보완해야"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에너지 믹스 전환 없이는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자립을 확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반면, 정책 속도전이 오히려 비용과 전력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반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재생 확대·탈석탄 기조가 전력망·유연성 자원·산업 비용 등 현실 변수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에너지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은 1차 에너지 소비의 약 80~85%가 석유·석탄·천연가스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전·재생 병행 확대의 함정
석유·석탄·천연가스 공급처는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 집중돼 있고, 국제시세 변동은 즉각적으로 국내 전력요금과 산업원가를 자극한다.
이 가운데 화석연료 소비의 약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은 에너지 안보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2040년 탈석탄·전력 거버넌스 개편을 핵심전략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싸고 저탄소인 전기를 국내에서 조달해야 기업이 남는다'며 에너지 자립을 산업정책의 중심에 올려놨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 이전 재생 비중 확대 및 계통 투자를 추진하고, 탄소규범 대응을 대외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주력화 방침은 비용부담 논쟁을 촉발했다. 태양광·풍력 비중이 높아질수록 계통 보강비용·저장설비·예비력 확보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일부에서는 원전·재생 투트랙 전략이 전력 안정성을 확보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는 두 전원 모두 제약이 있어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은 출력조정이 어렵고, 재생은 간헐성이 높다. 두 전원이 동시에 확대되면 잉여전력, 송전 포화, 실시간 조정력 부족, 설비과잉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유연성 자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책 방향의 당위에 비해 시장은 냉정하다. 재생 확대가 곧 전력비용 인상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은 발전단가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계통 연계·예비력 확보·저장 설비비용이 소비자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구조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재생이 싼 전기라는 계산은 발전단가 기준이고, 전력 품질을 유지하는 시스템 비용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전환은 동의하지만 속도가 문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생이 부족하면 RE100 대응이 실패하고, 수출이 좌초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이 프레임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기업의 재생 구매수요와 국내 공급량의 격차가 폭발적으로 벌어졌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RE100은 공급조건이 아니라 선택과 인증의 문제이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조세·공정 인증·탄소 정보 공시를 결합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수출 차질을 '재생에너지 부족' 하나로 설명하는 건 정치적 단순화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정책 비판의 중심에는 설계 부재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전, 재생, 가스, 저장 등 전원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한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전력 계통망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장은 계통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 협의 없이는 추진이 어렵고,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역시 비용과 보조금 구조가 불명확하다. 송전망 건설 지연 문제 역시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모두 30%대 비중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2024년 기준 발전원 비중은 원자력 17.0%, 석탄 26.3%, 가스 30.3%, 신재생 22.7%, 유류 0.4%, 양수 3.1%, 기타 0.3%로 정부는 신재생 비중을 대폭 확대해 석탄을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둘 다 경직성이라는 문제를 갖고 있어 둘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가스발전을 보조전원으로 가져가면서 기업을 비롯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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