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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덜하는 사회 대신…'일한 만큼 인정받는' 사회로 진화 [노동 2.0 시대가 온다]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1 18:29

수정 2025.12.31 18:28

(상) 노동 패러다임 전환 원년
李정부 노동 1호 입법 추진과제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등
권리 밖 노동자 권익보호에 방점
포괄임금제도 전면 재검토 무게
일 덜하는 사회 대신…'일한 만큼 인정받는' 사회로 진화 [노동 2.0 시대가 온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정책의 큰 방향으로 내세운 '노동 동반성장'에 올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정권교체 직후 노사관계법 정비로 노동정책 동력을 확보했다면 올해부터는 개별 근로기준법령을 개정, 국정과제 이행에 나설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주52시간제와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 속도전을 벌이다 부작용과 저항을 겪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비슷한 길을 밟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文 '소주성' 이은 李 '노동성'

31일 정부에 따르면 노동당국은 전체적인 경제·노동정책 방향으로 '노동 동반성장'을 내걸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 존중 사회' 기조 아래 노동권 존중·보호·진작을 정책의 목표로 두고 있다.



인공지능(AI)·기후전환 시대에 일자리의 양적인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포괄적 근로조건 개선 등 노동조건과 안전망을 확대하면 소득·소비 증가로까지 이어지는 질적 선순환 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집권 초기 최저임금 16%대 인상, 주52시간제 입법 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노동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두 정부 모두 △노동기본권 보장 △근로 중 휴식권·건강권 제고 △노동안전 강화 △일·가정(일·생활) 양립 지원(근로시간 단축) △적정임금 보장 등을 공통분모로 두고 있다.

신규 고용창출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노무를 제공하지만 법·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이로 인해 불이익을 겪는 노무제공자의 권리를 보장·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근로기준과 관련해서도 근로자에게 위험하거나 불이익한 임금·근로시간 체계는 손봐야 한다는 인식도 같다.

■개별 근로기준법령 개정 본격화

정부는 올해부터 근로기준법 및 부속 법령에 대한 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언급되는 고용노동부 소관 과제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일터기본법)' 제정 △반복적·연속적 야간근로 규제(근로기준법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포괄임금제 규제(근로기준법 개정) 등이다.

여론의 관심도가 높은 △임금 삭감 없는 실근로시간 단축(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 제정) △단계적 정년연장(고령자고용법)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등에 대한 전체적인 밑그림도 올해 그려질 전망이다. 결국 2025년을 넘긴 정년연장은 연내 최종 중재안을 중심으로 입법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소주성 부작용 경험, 속도조절할 듯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다루는 근로기준법과 부속 법령은 개별 근로자의 체감도가 높아 여론에 민감한 분야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속도전, 인천국제공항 사태 등 부작용을 겪은 바 있는 노동부와 여당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쟁점법안과 정책을 빠르게 추진했다. 집권 2년차(2018년), 3년차(2019년)에는 최저임금을 각각 16.4%, 10.4%씩 올리는 등 2년 연속 두자릿수대로 인상했다. 이후 중소기업·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 증가와 물가 상승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52시간제 역시 유사한 비판에 직면했다. 정권 전환점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을 불러온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로 여론의 저항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경험이 있는 현 정부·여당이 개별 근로자에게 민감한 노동법 개정에는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입법을 약속했던 정년연장은 결국 해를 넘겼다.

정부·여당은 정년연장을 포함해 산업안전, 근로시간 단축, 고용보험 개편, 야간근로 규제 등 의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운영 중이다. 운영 결과를 명분 삼아 향후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노동부가 1호 입법으로 언급한 일터기본법은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자영업자·소상공인·플랫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쟁점이다.


근로형태 종사자별로 민감할 수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역시 집권 초기 법제화보다는 올해 로드맵을 마련하고 통계 기반을 구축한 뒤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