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유럽 은행권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5년간 20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 압박이 커지자 은행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31일(현지시간)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 산업이 2030년까지 전체 인력의 약 10%를 감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유럽 내 35개 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약 212만 명이다.
모건스탠리는 "많은 은행들이 AI와 추가적인 디지털화를 통해 최대 30% 수준의 효율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비용 절감 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AI가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 은행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비용 구조 개선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미국 은행들에 비해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은행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AI를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의 촉매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들은 구체적인 감원 계획을 내놓고 있다. 네덜란드 은행 ABN Amro는 2028년까지 정규직 인력의 약 2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AI 확산이 유럽 은행 산업의 지형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은 UBS에서도 제기됐다. UBS는 애널리스트를 아바타로 구현해 고객에게 영상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미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제이슨 네이피어 UBS 유럽 은행 리서치 총괄은 "회계, 법률, 컨설팅 업계에서는 이미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은행들은 아직 효율성 개선 성과를 충분히 내지 못하고 있다"며 "비용 구조는 여전히 크고, AI와 같은 강력한 도구들은 이제 막 도입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UBS는 최근 AI 전략 강화를 위해 최고위 임원 250명을 영국 옥스퍼드대로 보내 'AI 리더십 서밋'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I 도입을 서두르는 데 대한 경계론도 나온다. JP모건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최고경영자인 코너 힐러리는 "은행 산업에서 AI에 대한 기대와 열기가 커질수록 기본과 기초에 대한 이해를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로 단순 업무를 효율화하되, 신입 직원들이 현금흐름 분석이나 주가수익비율(PER) 계산 같은 핵심 역량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다면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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