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평균 환율 1422.16원…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수입물가·생활물가 전이 우려 속 내수 회복 부담 가중
정부 구두개입·자본시장 체질 개선 병행…정책 난도↑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2026년 새해를 맞이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고점 구간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고환율이 더 이상 일시적 변수가 아닌 '상수'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가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되면 고물가가 내수 회복과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평균 환율(매매기준율)은 1422.16원을 기록했다. 이는 자유변동환율제가 실시된 1997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기록했던 최고치인 1398.88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국민연금·개인·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와 한미 금리 격차 확대, 글로벌 달러 강세, 자본 유출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연중 원화값 약세 흐름이 이어진 결과다.
문제는 고환율 기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의 잔존 효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원화 약세 압력이 구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의 구조적 배경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진단도 나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환율은 수급상 달러 수요가 많아 형성된 결과"라며 "동시에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환율은 가장 먼저 수입물가를 자극한다.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원유·가스 등 에너지와 곡물·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환율 상승과 맞물릴 경우 국내 기업의 원가 부담은 불가피하다.
이는 가공식품, 외식, 공공요금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으로 이어지며 체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가계는 고금리 여파로 소비 여력이 위축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물가 압력은 소비 심리를 더욱 냉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역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거래 절벽 속에 지방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부동산 세제 조정과 공급·금융 정책을 포함한 제도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 대응 여력은 녹록지 않다.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고, 재정정책 역시 국가채무 부담과 재정 건전성 논란 속에서 확장적 운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환율로 인한 비용 상승을 재정으로 흡수하기에도 제약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도 환율 변동성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24일 시장 안정을 위한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당시 공동 명의의 구두개입을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했다"며 "이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3일에 이어 두 달만의 구두개입이다. 특히 구두개입 수위를 높여 이례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당국이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물가·금융 불안 가능성을 의식해 경계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구두개입만으로 환율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동시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올해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물가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정책 선택의 난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시장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AI 대전환 시대에 해외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벤처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주주 이익 보호와 불공정 거래 근절, 자본시장 구조 선진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통해 자본시장의 매력을 높이겠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장기 투자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는 해외 투자에 나서는 개인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왜 자금이 해외로 나가는지를 이해하고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라며 "정책들이 가시화되면 환율도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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