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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장 벽'에 갇힌 한국 경제…'L자형 침체' 경고[2026 경제]

뉴스1

입력 2026.01.01 07:06

수정 2026.01.01 07:06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26일 서울 종로의 한 상가에 걸린 임대 현수막 모습. 2025.11.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26일 서울 종로의 한 상가에 걸린 임대 현수막 모습. 2025.11.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지난해 1% 미만의 '성장 쇼크'를 겪은 한국 경제가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반등을 꾀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1%대 후반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수치상 반등은 작년 부진에 따른 '통계적 착시'일 뿐,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고갈됐음을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예상치는 한국 경제의 마지노선인 잠재성장률(1.8~2.0%) 수준에 턱걸이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성장률(0.9%)과 올해 전망치를 합산한 2개년 평균 성장률은 1%대 초반에 그친다.

기저효과를 걷어내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이에 경기 침체 이후 반등의 탄력을 잃고 장기간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L자형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기관, 올해 성장률 1%대 후반 전망…"반도체 호황 전제"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경제 관련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0.9~1.0%)보다는 개선된 수치다.

기관별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1.9%를 전망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은 모두 1.8%를 제시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6%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올해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공식 성장률 전망치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한은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2.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성장 경로가 반도체 경기 흐름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성장세는 반도체와 전자 산업의 호황이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하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과 환율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

"반등 착시는 경계해야"…중장기 저성장 고착 우려

문제는 1%대 후반 성장률 전망이 구조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로 수치상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경기 회복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이후를 보면 위험 요인은 여전히 적지 않다. 고환율 기조와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가계와 기업 부담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배터리,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심화 역시 중장기 성장 여건을 제약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규제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과 가계부채 증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 지연 등도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달러·원 환율이 1~2월에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이후 다시 상승해 1400원대 중후반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2%대 중반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연체율 상승과 함께 금융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출 확대, 서울 지역 토지거래허가제 완화, 가산금리 인하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금융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가 단기 부진을 넘어 중장기적인 'L자형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프 형태에서 이름을 딴 L자형 침체는 경기 하강 이후 뚜렷한 반등 없이 장기간 저성장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기 경기 부양책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을 재점검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쪽에서는 미국발 무역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의 물량 공세와 기술력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것이 한국 기업들이 처한 현실"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에 대한 점검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역시 단순한 기업 간 통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구조조정의 방향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중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