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코스피 거침없는 상승
초대형주 랠리로 PBR 1배 가시권
주주환원 확대 등 체질 개선 신호
1%대 경제성장률은 증시에 찬물
초대형주 랠리로 PBR 1배 가시권
주주환원 확대 등 체질 개선 신호
1%대 경제성장률은 증시에 찬물
새해 한국 증시의 '오천피(코스피 5000)' 입성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반등과 정부의 지배구조 개혁 정책이 맞물리며 한국 시장의 구조적 재평가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천피 시대 개막과 지속성을 갖추기 위한 관건으로 기업실적 외에도 성장률, 환율, 금리 등을 꼽았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는 △메모리 가격 상승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실적 개선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업황 반등 △정부의 주주환원, 지배구조 개혁 드라이브 등으로 상단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주의 랠리가 지수 상승을 이끌면서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회복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책 모멘텀도 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최저 15% 단일세율 가능) 등은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개혁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코리아 밸류업' 정책이 외국인 투자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 유도'를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장기투자에 인센티브를 강화해 시장 자금을 록인(Lock-in)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구윤철 부총리에게 "일반 투자자에게 장기투자 혜택을 부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감세 확대 등을 놓고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주환원 확대, 디스카운트 축소, 장기투자 기반 구축'이라는 세 단계 구조가 한국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는 "리레이팅과 지속적 상승장은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통과 시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팔면서 주가 상승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제 주가가 떨어져도 자사주를 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증시 상승에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1%대에 머물 전망이며 소비·투자·수출 모두 잠재성장률 이하의 회복세에 머물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0~1%대 성장 국면에서 주가만 고평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정책 효과가 실물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도 변수다. 엔캐리 포지션 청산 영향과 글로벌 강달러 흐름이 겹치며 외국인 자금 유입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 기업의 이자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설비투자(Capex) 축소 압력도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천피 시대의 문은 열리고 있으나 그 문을 지나가기 위해선 실적, 정책, 수급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수 상단이 열리고 있고 정책 모멘텀도 강하지만 성장률, 환율, 금리, 코스닥 체력 등 구조적 변수들이 해결돼야 낙관론이 현실화된 오천피 시대가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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