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하마마쓰의 ‘개방’·‘연속성’ 전략
나고야 ‘스테이션Ai’ 거점으로
대기업-스타트업 프로젝트 매칭
벤처펀드에 지자체도 출자해 신뢰
하마마쓰, 도요타·혼다의 발상지
‘야라마이카’ 기업가 정신 이어져
육성 정책 연계 글로벌 진출 앞장
나고야 ‘스테이션Ai’ 거점으로
대기업-스타트업 프로젝트 매칭
벤처펀드에 지자체도 출자해 신뢰
하마마쓰, 도요타·혼다의 발상지
‘야라마이카’ 기업가 정신 이어져
육성 정책 연계 글로벌 진출 앞장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자동차와 기계, 전자 산업으로 일본 제조업의 중심을 이루던 중부 지역이 빠르게 스타트업 허브로 변모하고 있다. 아이치현 나고야시와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두 도시를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이 변화는 단순한 정책 선언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절박함에서 출발한 도시 전체 혁신전략이었다. 전동화, 자율주행, 공유 모빌리티 등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촉발한 절박함은 지역 기업과 대학, 지자체를 하나로 묶었다. 그 결과 대기업 중심의 개방 전략, 지역 특유 기업가 정신을 살린 스타트업 육성, 글로벌 연계 전략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 위에서 혁신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20~21일 직접 찾아가 본 현장에서는 선언이 아닌 실행 단계의 구체적 성과와 전략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나고야, 쇠락하는 제조업 지역을 혁신허브로
첫날 방문한 나고야시 스테이션Ai(Station Ai)는 일본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거점으로 단순한 입주공간이 아니라 대기업과 대학, 지자체가 보유한 기술과 데이터를 개방하고 스타트업과 매칭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복도 곳곳에는 지역 기업과 스타트업 협업 프로젝트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나고야시 경제국 혁신추진부 스타트업지원과 도시오 스미 과장은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구조 변화를 체감한 기업들이 2020년대 초반부터 '지금 바뀌지 않으면 늦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행정과 기업, 대학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고야의 혁신거점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이노베이터즈 갤러리(Innovators Gallery)와 나고노(NAGONO) 캠퍼스는 지역 기업과 대학, 스타트업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기술검증(POC)과 비즈니스 매칭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스테이션Ai에 입주한 스타트업 '유빙'과 '나가라'는 지역 대기업과 협업하며 실제 제품 개발과 기술검증을 진행 중이다. 유빙 대표는 "대기업과의 공동검증을 통해 초기 기술이 시장 적용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나고야의 스타트업은 글로벌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도시오 과장은 "일본 제조업 공급망과 연결되면 글로벌 확장의 기회가 열린다"며 북미 디트로이트·실리콘밸리, 싱가포르 스위치(SWITCH) 행사 참여 사례를 들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행사 '테크 게더(Tech GATHER)'는 일본 제조업 특화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과 연결되는 허브 역할을 한다. 첫 회에 5000명 이상 참가하고 800건 이상의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졌다. 1월 두 번째 행사가 예정돼 있다.
자본 생태계 측면에서도 나고야는 독특하다. 지역 벤처펀드에 나고야시와 아이치현이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한다. 펀드 규모의 약 10%를 출자해 신뢰도를 높이고 자본순환을 촉진한다. 도시오 과장은 "민간이 만든 펀드의 규모를 확대하고 다양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도 증가하고 있다. 나고야시는 CVC 네트워크 회의와 VC·은행 협력 모델 '중부 스타트업런(Chubu Startup Run)'도 운영 중이다.
■하마마쓰, '야라마이카 정신'이 스타트업으로
다음 날에는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청에서 도시의 스타트업 전략을 들었다. 하마마쓰는 인구 약 70만9000명, 면적 1558㎢로 시즈오카현에서 첫번째, 일본에서 두 번째로 넓은 도시다. 도쿄와 오사카 중간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온화한 기후와 농수산업, 관광 산업을 갖춘 도시다. 하마마쓰는 도요타, 혼다, 야마하 등 세계적 기업의 발상지로 '일단 해보자'는 의미의 야라마이카(Yaramaika) 정신이 깊게 자리 잡았다. 하마마쓰시청의 다쓰히로 도이 스타트업촉진과장은 "지역의 이런 기질이 스타트업 문화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이 하마마쓰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하마마쓰의 스타트업 정책은 지난 2016년 시작됐다. 다쓰히로 과장은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는 도시 존립 문제"라며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스타트업 정책을 본격화했다"고 강조했다.
정책은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먼저 펀드 지원사업이다. 지역 스타트업이 VC나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받으면 시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41개사가 총 16억엔(약 150억원)을 지원받았다. 두번째는 기업 과제 매칭 플랫폼 '하마허브(Hama-Hub)'다. 지역 기업이 게시한 과제를 해결할 스타트업과 연결하며 현재 14건이 NDA 체결·제품 개발 등 실증 단계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전개 전략이다. 하마마쓰시는 나고야시와 함께 구성한 '센트럴 재팬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컨소시엄'을 통해 정부로부터 글로벌 거점도시로 지정받았다. J-스타트업 센트럴 프로그램에서는 하마마쓰 스타트업 10개사가 선정됐고 글로벌 기술 콘퍼런스 테크.G(Tech.G)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한다.
■'개방'과 '기업가 정신'…제조업 도시가 선택한 전략
두 도시의 혁신전략은 다소 다르다. 나고야는 대기업 중심의 '개방'을, 하마마쓰는 기업가 정신의 '연속성'을 택했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다. 두 도시는 스타트업을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세력으로 보지 않고 변화기에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필수 요소로 받아들인다. 이번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설명에는 '준비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었다. 일본 중부 지역의 움직임은 단순한 혁신 선언이 아니라 제조업 중심 도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생존전략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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