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매일이 불금같은 홍대… 제복 입은 경찰 쓱 지나가도 '캄다운' 효과 [넘버112]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1 18:56

수정 2026.01.01 18:56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장주웅 경위
전국에서 제일 바쁜 지구대
무엇보다 '가시적 순찰' 중요
한강 양화대교·서강대교도 관할
난간 위 청년에게는 따뜻한 위로
길 위 주취자에겐 따끔한 충고도
지난해 12월 11일 장주웅 경위가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지난해 12월 11일 장주웅 경위가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모두가 즐거움에 취해있을 때, 누군가는 가장 날 선 감각으로 거리를 살펴야 합니다. 제복 입은 경찰관이 눈에 띄는 것만으로도 범죄는 억제됩니다."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소속 장주웅 경위는 겨울에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밤'을 보내는 홍대 거리의 파수꾼이다. 그는 15년 차 베테랑 경찰관으로서 전국에서 신고 건수가 가장 많기로 손꼽히는 홍익지구대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겨울밤에도 어김없이 홍대 거리를 걷는다.



경찰 경력 15년 차인 장 경위는 강남서 근무를 거쳐 3년 전 마포서로 자리를 옮겼다. 홍익지구대는 기존 지구대와 파출소, 소규모 파출소를 통합해 운영하는 '중심지역관서'다. 관할 면적은 기존 파출소 기준으로 약 세 배로 넓어졌다. 순찰차 15~18대를 동시에 운용해야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클럽과 술집이 밀집한 홍대 상권을 포함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하루 종일 커버해야 할 수밖에 없다. 장 경위는 "강남에서도 오래 근무했지만 홍대는 인파 밀집도가 상상을 넘는 곳"이라며 "평일이든 주말이든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까지 젊은 층 유동이 집중돼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가시적 순찰'이다. 경찰관이 제복을 입고 거리에 서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범죄 의지가 꺾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순찰차와 제복 노출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경찰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비가 붙던 사람들이 해산하고, 기초질서가 유지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장 경위는 출동할 때 모든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신고가 들어오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3분은 '합을 맞추는 골든타임'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철저한 대비와 직감은 실제 검거로 이어졌다. 최근 강남에서 도주한 흉기 피의자가 망원역으로 온다는 첩보를 듣고 잠복하던 중, 수많은 인파 속에서 경찰을 보고 미세하게 몸을 돌리는 용의자를 단숨에 포착해 시민 피해 없이 선제적으로 제압했다.

홍익지구대는 양화대교와 서강대교 등 한강 교량도 관할한다. 이곳에서 장 경위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난간에 선 청년들을 수없이 마주했다. 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라포(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장 경위는 "나 또한 힘들었던 수험생활과 가정사, 갈등을 겪으며 성장했기에 그들의 아픔이 남 일 같지 않다"며 "난간을 사이에 두고 진심을 담아 내 경험담을 얘기하면, 울음을 터뜨리며 다시 해보겠다고 마음을 돌리는 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장 경위는 음주로 인한 사고를 가장 우려한다. 그는 "술에 취해 기억이 끊기는 경험은 매우 위험하다"며 "정신을 차렸을 때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찰나의 순간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남을 수 있다"며 "경찰은 피해자든 참고인이든 만나서 좋을 게 없다. 안 만나는 게 가장 안전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홍대를 찾는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들에게 "자기 주량을 알고 의식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인터뷰 동안, 장 경위는 '답다'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경찰답게, 선배답게, 시민 앞에 부끄럽지 않게 일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연차가 쌓여도 늘어지지 않고 동료와 시민에게 신뢰받는 경찰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