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뒤집힌 일본 재류 외국인 지형 ‘중국→베트남’
대도시는 중국, 지방은 베트남
영주권 늘어난 중국인, 지역경제 지탱하는 베트남인
지자체 절반 “외국인 없으면 지역 유지 불가”
대도시는 중국, 지방은 베트남
영주권 늘어난 중국인, 지역경제 지탱하는 베트남인
지자체 절반 “외국인 없으면 지역 유지 불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약 70%에 해당하는 33곳에서 체류 외국인 중 베트남인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는 중국인이 34개 도도부현에서 최다를 차지했으나 구도가 크게 바뀐 것이다. 전체 일본 체류 외국인 수에서는 여전히 중국인이 가장 많지만 수도권과 오사카부 등 대도시권에 집중돼 있는 반면 베트남인은 지방 전반에 분포하며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일본 지방자치단체장 절반 이상은 ‘지역 존속을 위해 외국인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도부현 47곳 중 33곳서 베트남인 비중 1위..중국인은 수도권 집중
산케이신문은 2일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의 ‘재류 외국인 통계’를 바탕으로 도도부현별 외국인 체류 인원을 분석한 결과 33개 도도부현에서 베트남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일본 재류 외국인 수는 역대 최다인 395만6619명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90만738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인 66만483명, 한국인 40만9584명 순이었다. 구성비는 중국 22.8%, 베트남 16.7%, 한국 10.4%로 이들 3개국이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일본 재류 중국인이 9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인 재류자는 도쿄도 29만4826명을 비롯해 사이타마현 8만7047명, 가나가와현 8만4236명, 지바현 6만3163명, 오사카부 9만2946명 등 대도시권에 집중돼 있었다. 전체 중국인 재류자의 약 3분의 1이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인의 경우 과거 기능 실습생 비중이 높아 농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본 산업을 지탱해 왔지만 최근에는 ‘영주권자’나 전문직 대상 재류 자격인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보유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주권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35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13만 명 증가했다.
반면 베트남인은 기능 실습생과 함께 인력 부족 업종에서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특정 기능’ 자격 재류자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베트남인 재류자는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전국에 고르게 분포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전자기기 관련 기업에 종사하는 일본계 브라질인이 많았던 군마·아이치·미에 현에서도 최다 재류 외국인 국적이 브라질인에서 베트남인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지자체장 54% "외국인 없으면 안돼"
외국인이 지방 경제와 지역 유지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외국인 정책 강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이달 중 외국인의 재류 자격과 국적 취득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외국인 정책 기본 방침을 확정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영주 요건에 일본어 능력을 추가하고 소득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방안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르면 올해 봄부터 국적 취득 요건 가운데 하나인 거주 기간을 현행 ‘5년 이상’에서 ‘원칙적으로 10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 현장에서는 외국인 유입 없이는 지역 유지 자체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지방자치단체장 절반 이상은 지역 존속을 위해 외국인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케이신문이 지난해 11~12월 전국 1741개 시정촌(市町村·기초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외국인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노동력 확보와 지역 산업 유지가 주된 이유였다.
지역별로는 북부 홋카이도에서 ‘외국인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58%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산케이신문은 "넓은 면적에 관광지가 분산돼 있고 농업 등 1차 산업이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유(복수 응답)를 묻자 ‘노동력 확보’가 704개 지자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역 산업 유지’(441개), ‘인구 감소 대응’(311개) 순이었다.
외국인 증가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70%, ‘영향이 없다’는 응답이 30%였다. 영향이 있다고 답한 지자체 가운데 ‘좋은 영향이 있다’는 응답은 23%,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이 모두 있다’는 응답은 76%에 달했다.
‘좋은 영향’으로는 ‘인력난 해소’가 845개 지자체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관광 등 경제 활성화’(578개), ‘다양성 촉진’(421개), ‘지역 산업 유지’(393개) 등이 뒤를 이었다.
‘나쁜 영향’으로는 ‘문화·생활습관 차이에 따른 마찰’을 꼽은 지자체가 515곳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아동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어려움’(350개), ‘치안에 대한 우려’(311개), ‘오버투어리즘’(184개)도 주요 항목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련 정책 과제로는 ‘주민과의 공생 추진’(1214개), ‘일본어 교육 지원’(676개), ‘노동 환경 정비’(454개)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오카베 미도리 일본 소피아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여러 갈등 요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부족과 인구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이 불가결하다는 인식이 지방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은 정부가 그동안 일관성 없는 외국인 정책을 반복해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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