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지난해 일본에서 법인을 설립한 한국 기업이 318곳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일 투자금액 역시 13억2700만달러(약 1조9159억원)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급증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치적 리스크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시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한·일 양국에서 강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분석했다.
日 법인 설립 318곳 '사상 최대'…투자 흐름도 '쌍방'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한국 기업 및 개인이 일본에 신규 설립한 법인 수는 318곳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였던 2024년(316곳)을 넘어섰다. 업종별로는 소매업(23%)이 가장 많았고 제조업(19%), 정보통신업(15%)이 뒤를 이었다.
한국 기업 및 개인의 일본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대일 투자 금액은 13억2700만달러로 전년의 연간 실적(6억3800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해외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에 대한 투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한일 간 투자 규모를 비교하면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투자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직접 투자는 부채를 차감한 잔액 기준으로 2018년 이후 500억달러(약 72조1750억원)를 웃돈다. 반면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투자는 100억달러(약 14조4350억원) 안팎에 그친다.
다만 양국간 투자 흐름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일방 통행'에서 점차 '쌍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2년 기준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직접 투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직접 투자의 2%에 불과했다. 반면 2024년에는 이 비중이 26%까지 확대되며 보다 대등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K-POP에서 AI까지…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日진출
한국 기업 및 개인들의 일본 진출이 활기를 띠는 이유 중 하나는 K-POP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 붐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화장품과 외식 분야를 중심으로 매장과 판매 법인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상사를 통해 상품을 수출했던 방식 대신 일본 현지에서 직접 마케팅을 전개해 영업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일본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구 규모가 더 크다는 점도 일본 내 비즈니스 확대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9월 지바현 기미쓰시에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현지 식품 공장을 신설했다. 일본에서 만두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지 생산을 통해 비용 절감을 노린 것이다. 농심 역시 같은 해 6월 도쿄 하라주쿠에 라면을 제공하는 매장을 열었다.
한국 패션 이커머스 대기업 무신사(MUSINSA)는 올해 하반기 도쿄에 일본 1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일본 법인을 설립한 이후 대형 백화점 팝업스토어와 일본 최대 패션 이커머인 조조(ZOZO)를 통한 온라인 판매로 실적을 쌓아왔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일본 진출도 늘고 있다.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헬스케어 업체 '카카오헬스케어' 등은 지난해 일본에 법인을 설립했다. 디지털 전환(DX) 의지가 강한 일본에서 고객을 확보해 글로벌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다.
TSMC가 진출한 규슈나 라피더스가 있는 홋카이도 등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서울대 산하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는 한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본 진출 설명회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서 발 빼는 韓 기업, 日로 눈 돌려
한국 기업들이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일본에 시선을 돌리는 배경에는 경제안보적 이유도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한국은 그동안 시장 규모가 크고 노동력이 저렴한 중국에 제조 공장과 판매망을 구축하며 현지 법인을 늘려왔다. 다만 최근 미·중 갈등 심화와 경쟁 격화 등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투자는 둔화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대중 투자금액은 187억700만달러로 전년의 연간 실적(251억4900만달러) 대비 25% 급감했다. 지난 2022년 329억91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가 2023년 314억8800억달러, 2024년 251억4900만달러 등으로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중국에 거점을 둔 한국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의 31%가 “향후 2~3년 내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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