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주름 개선'을 검색하면 피부과, 성형외과, 에스테틱, 홈케어 디바이스, 기능성화장품까지 수백 개의 선택지가 쏟아진다. 모두가 효과를 약속하고, 모두가 전문성을 이야기한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소비자의 고민도 깊어졌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는 개원과 봉직을 거쳐, 한때 하루 수백 명이 오가는 이른바 '공장형 피부과'에서도 진료했다.
그 시기를 지나며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가격도, 규모도, 광고도 결국 본질은 아니라는 것.
환자가 진료실에서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은 과장된 약속이 아니라, 자신의 피부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이 신뢰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의 뷰티 시장은 경계가 많이 흐려졌다. 에스테틱에서는 의료기기를 활용하고, 피부과에서는 화장품과 홈케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기능과 결과만 놓고 보면 비슷해 보이는 영역이 늘어났고,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은 더 복잡해졌다.
20여 년간 현장에서 지켜본 마케팅 흐름 역시 분명히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과 강한 메시지, 반복 노출이 선택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자극적이고 과도한 기대감을 유발하는 마케팅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방송이나 SNS에서 연예인이 효과를 강조하는 시술이 화제가 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시술은 본인에게 거의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대보다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피부는 유행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연령, 피부 두께, 염증 반응, 회복력에 따라 반응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시술'이었던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러운 경험이 되기도 한다. 마케팅이 강조하는 장면 뒤에는 각자의 조건과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종종 생략된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하면서 개별 시술에 대한 설명보다는, 환자들이 각자의 피부관리를 하며 평생 기억해야 할 기준을 더 강조한다. 어떤 기준은 집착적일 정도로 반복해서 말하고, 때로는 꼭 외워야 할 단어를 정해주기도 한다. 시술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지만, 기준은 남기 때문이다.
피부관리에도 분명한 성공 공식이 있다. 정답을 찾기보다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 개인에게 맞는 선택, 그리고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용기다. 본인에게 맞지 않는 시술, 치료, 화장품을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피부 상태가 분명히 나빠진 경우에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도 존재한다.
긴 시간 동안 환자들과 같은 변화를 겪으며 진료를 이어오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결과를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피부 상태에서 무엇을 먼저 할지 우선순위를 함께 정리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피부 관리와 치료, 시술은 결국 기대를 동반한다. 그 기대가 과장된 약속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개인차를 설명하고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며 이 일을 이어가고 있다.
/전은영 닥터은빛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