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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위반” vs “정권은 끝나야”…베네수엘라 놓고 세계 충돌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3 22:40

수정 2026.01.03 22:40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행동을 둘러싸고 국제사회가 즉각 반응에 나섰다. 중남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며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 반면, 일부 국가는 마두로 정권 퇴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미국의 압박에 힘을 실었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대해 소극적으로 접근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밝혔다. 밀레이 대통령은 앞서 마두로 정권을 역내 위협으로 규정하며 도널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베네수엘라 압박을 지지해 왔다.

반면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군사 행동을 강하게 규탄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베네수엘라 영토 내 목표물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감행한 군사 행동은 유엔 헌장 제2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하고 정당한 해결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주요국과 유럽연합(EU)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영국은 이번 사안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EU는 마두로 정권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국제법과 유엔 헌장은 존중돼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루과이와 칠레, 콜롬비아 정부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타국 영토에 대한 군사 개입에 반대하며 주권 존중과 무력 사용 금지를 명시한 유엔 헌장 원칙을 재확인했다.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일방적 군사 행동은 민간인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에콰도르의 가브리엘 노보아 대통령은 X에 올린 글에서 마두로 정권을 '범죄 집단'에 비유하며 "베네수엘라 국민이 나라를 되찾을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남미 내에서도 마두로 체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이란 진영에 가까운 국가와 단체들은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미국의 행동이 "제2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외세의 압박에 맞서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미국의 군사 행동을 '침략'으로 규정하며 연대를 표명했다.

유럽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독일 보수 진영의 일부 인사들은 미국이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또 다른 인사들은 인권 차원에서 마두로 정권의 종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정권의 비민주성이 주권 국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으로 '무력 사용의 법적 정당성'을 꼽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이나 자위권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군사력 사용은 국제법상 허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마약 단속이나 정권 범죄성 주장만으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