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 니콜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와 고위 관리들을 체포한 가운데 베네수엘라 통치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미국이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마두로 이후의 베네수엘라를 통치 할 수 있는 인물 6명을 거론했다.
헌법상 1순위…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가장 제도적 승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다. 헌법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과도 대통령직을 맡아 새 선거를 관리하게 된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시장 친화적 개혁과 국유 자산 민영화, 긴축 재정 정책을 주도하며 붕괴 직전이던 경제를 안정시킨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다만 야권은 마두로 정권 자체를 "권력 찬탈"로 규정하고 있어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정통성 역시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내부의 또 다른 축은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이다. 그는 보안·치안 기구를 장악한 강경파의 상징적 인물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마약 밀매 기소와 거액의 현상금은, 권력 전환 국면에서 그에게 가장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적 상징성…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야권 진영에서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가장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이끌었고,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마차도는 타협 없는 노선과 강경한 반(反)마두로 입장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었지만, 동시에 군과 권력 엘리트의 거부감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니콜라스 마두로가 체포된 후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나라를 이끌어갈 만큼의 지지나 존경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마두로가 체포된 이후 마차도와 접촉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가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그녀는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녀는 매우 좋은 여성이지만, 지도자가 될 만한 존경을 받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법적 정통성의 주인공…에드문도 곤살레스
형식적·법적 정당성 측면에서는 에드문도 곤살레스 전 외교관이 주목된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공식적으로 승리했으나, 정권의 불복으로 취임하지 못하고 현재 스페인에 체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곤살레스가 가장 강한 법적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정치 조직력과 국내 기반이 약하다는 점은 향후 권력 유지의 약점으로 꼽힌다.
마두로 대통령의 핵심 정치 전략가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도 잠재적 인물로 거론된다. 그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오빠로, 대미 협상을 포함한 주요 정치 국면에서 실무를 총괄해왔다.
다만 여당이 사실상 경쟁 없이 확보한 국회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과 낮은 대중적 지지는 그의 약점이다.
마지막 변수는 군이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공식적인 대통령 승계 경로는 없지만, 군의 충성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인물이다.
베네수엘라 정치에서 군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는 직접 권력을 잡지 않더라도 차기 지도자를 결정짓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이 자발적일 경우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내부 권력 투쟁이나 군 개입이 발생할 경우 카베요 장관 또는 군부 인사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외부 압박과 국제 중재가 작동할 경우, 마차도 또는 곤살레스 중심의 야권 전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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