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둘러싼 차베스-마두로 정권과의 27년 갈등, 미국 침공으로 일단락
[파이낸셜뉴스]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로 갈등의 양국 관계는 일단 미국의 전면 군사 개입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통치로 이어지게 됐다.
미군의 대대적인 베네수엘라 진입과 마두로 추종자들에 대한 무장해제 등이 이어지게 됐다. 마두로 추종자들의 저항이 어느 정도 이어질 지가 향후 사태 진전의 관건이다. 부정선거로 정권을 이어온 마두로 정권은 그동안 야권을 탄압해 왔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 카르텔 우두머리로 규정한 데 이어 마약 운반선으로 판단한 선박을 타격해 100여명을 숨지게 하고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을 나포했다.
마두로 추종자들의 저항 수위가 사태 진전의 관건
이어 이날 새벽 카라카스를 비롯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로, 27년간 이어진 양국 간 증오의 연대기는 일단락을 맞었다.
이번 사태는 일회성 군사 행동이라기보다는 지난 27년간 이어진 '세계 최강 경제국'과 '반미'(反美) 사회주의 국가 사이의 '석유'를 매개로 한 질긴 악연이 폭발한 결과이다.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20세기 중후반을 거치며 미국의 '주유소'에서 가장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상대로 변했다. 그 계기는 1999년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서다.
국부 유출과 빈부 격차에 분노한 민심을 업고 집권한 차베스 전 대통령은 당시 베네수엘라에 대거 진출해 있던 미국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고 석유 산업 국유화를 단행했다. 석유 수익을 빈민 구제 등 포퓰리즘(인기 연합주의) 정책에 쏟아부으며 반미 전선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의 미국 혐오는 2006년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당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다음 날 연단에 올라 "어제 이곳에 악마가 왔다 갔는데 연단에서 아직도 유황 냄새가 난다"고 맹비난했다.
2019년 부정선거 의혹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전면 차단한 미국
이 독설은 양국 적대 관계의 상징적 언사로 남아 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2년 내부 쿠데타에 직면한 적이 있는데, 그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불신을 키워오고 있었다.
2009년에도 베네수엘라 전 정상은 당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그가 받은 것은 노벨 전쟁상"이라고 꼬집었다.
2013년 차베스 사후 '후계자'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이어받는 시기에 양국 관계는 빠르게 악화 일로를 걸었다.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급 필요성 때문에 미국 정부는 다소 조심스러운 듯한 태도를 견지해 왔었다.
저유가와 실정으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미국은 인권탄압을 이유로 마두로 정부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는 2010년 전후로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미국에서 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꾼 맥락과도 관련돼 있다.
오바마 정권 때부터 베네수엘라를 '국가 안보에 대한 특별한 위협'으로 규정
오바마 전 미 행정부는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하면서도 베네수엘라를 '국가 안보에 대한 특별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고립 전략을 펼쳤고, 베네수엘라 주민들은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식량난에 미 제재까지 겹치자 미국과 중남미 주변국으로 '엑소더스'처럼 탈출했다.
양국 대립은 트럼프 1기 정부 들어 심화했다. 2019년 부정선거 의혹으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PDVSA) 자산을 동결하고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했다. 또 당시 국회를 이끌던 야권의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이끌면서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공세는 2기 때에도 계속됐다.
미국의 군사적인 해결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마두로 추종자들의 저항도 큰 변수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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