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에서 지난해 연 소득 1억 엔(약 9억2175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3만3800명으로 집계됐다. 4년 연속 증가세이자 10년 새 2배 증가한 수준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자산 증식이 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4일 아사히신문이 일본 국세청 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확정 신고한 2336만명 중 소득 1억 엔 이상은 3만8000명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2014년(1만7000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배 늘어난 것이다.
확정신고 대상은 사업 경영자나 연봉 2000만 엔(약 1억8435만원)을 넘는 회사원 등이다. 고소득자의 대부분이 확정 신고 절차를 밟는다.
소득 구간별로 살펴보면 1억 엔 초과~2억 엔 이하(약 9억2175만 초과~18억4350만원 이하)가 2만5000명, 2억 엔 초과~5억 엔 이하(약 18억4350만원 초과~46억원 이하)가 9000명, 5억 엔 초과(약 46억원 초과)가 4000명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 증가 요인 중 하나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꼽혔다. 고소득자는 급여나 사업 소득뿐 아니라 주식·부동산 매매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의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아사히는 "일해서 버는 돈보다 자산에서 얻는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연 소득 1억 엔이 넘는 고소득자의 절반 가까운 1만5000명이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소득 신고자 가운데 소득 1억 엔 초과자는 신고자 1만 명당 8.8명이었다. 업종별로는 병원·진료소가 329.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변호사 149.1명, 프로 선수·경기 관계자·프로 기사 102.4명 순이었다. 연예 관계자는 16.9명이었다.
연 소득을 기준으로 한 국세청 통계와 달리 보유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노무라종합연구소 조사에서도 부유층 증가 현상이 확인됐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순금융자산(금융자산-부채)' 기준으로 '부유층(1억~5억 엔 미만)'과 '초부유층(5억 엔 이상)'은 165만3000가구였다. 2021년 조사 대비 11%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2023년에는 주가 상승으로 운용자산이 불어나 부유층이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40대 후반과 50대 회사원에서 부유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처럼 고소득자가 늘어나면서 연 소득 1억엔 정도까지는 소득세 부담률이 높아지고 1억엔을 넘어서면 오히려 낮아지는 이른바 '1억엔의 벽'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소득세는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초과 누진과세'다. 900만 엔 초과에는 33%, 1800만 엔 초과에는 40%, 4000만 엔 초과에는 45% 등 5~45%까지 7단계로 소득세율이 올라간다.
그럼에도 1억 엔 초과자의 부담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산소득은 근로소득 과는 별도로 세율 15%(주민세 5% 별도)의 분리 과세가 적용돼 전체 부담률이 낮아진다.
주식 매각차익 등을 근로소득과 분리해 과세하는 방식은 해외에서도 일반적이다. 일본에서도 한 때 금융소득 과세 재검토론이 제기돼 왔지만 주식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초고소득자에 대한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해 말 마련한 '2026년도 세제 개편안' 초안에서 약 6억 엔 이상의 고소득자(약 2000명)에 대한 과세 강화안을 포함했다.
총소득에서 일정 공제액(1억6500만 엔)을 뺀 뒤 세율 30%를 곱한 금액과 통상의 소득세액을 비교해 통상의 소득세액이 더 적을 경우 그 차액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이는 2027년분 소득세부터 적용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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