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호수 뿐 아니라 보증금 회수 가능 관련한 사항도 설명해야
[파이낸셜뉴스] 공인중개사가 다세대주택 매물 거래를 중개할 때 거래 매물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보증금 반환에 영향이 있는 공동근저당 사실이 있다면 이를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다세대주택 임차인들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등 청구 소송에 대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다세대주택 공동저당과 관련해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첫 대법원 사례다.
사건은 2022년 영등포구의 한 다세대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뒤 임차인들이 임대인에게 맡겨둔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임차인들은 2017년 이곳의 일부 호실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임대인은 이들이 임차한 호실을 포함해 각각 등기된 23개 세대에 18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둔 상태였다.
이후 해당 다세대주택이 경매로 매각됐는데, 공동근저당이 설정된 다른 세대 임차인들이 선순위 배당되면서 이들은 보증금 6000만원 중 절반 이하를 돌려받거나 아예 돌려받지 못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A씨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의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봤다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계약 당시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이 설정돼있다는 점만 알렸을뿐 다른 호실과 함께 묶인 공동근저당인 점 등은 고지하지 않았다.
원심은 다세대주택이 다가구주택과 달리 각 세대에 대해 독립적으로 소유권, 담보권이 형성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가 다른 세대의 임대차 현황을 확인하고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거래 대상 호실에 설정된 저당권만 설명하면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공인중개사는 계약대상물을 넘어 임차 의뢰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성실히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A씨가 등기부에 표시된 공동근저당권의 권리관계뿐 아니라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다른 세대의 선순위 권리도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건물 현황에 비춰 A 씨는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다른 호실의 상당수 임차인이 있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중개 행위를 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중개사로서 확인·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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