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혁신·성장 그늘에 가려진 포용금융... 서민금융안정기금 조성 서둘러야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4 18:45

수정 2026.01.04 18:45

생산적 금융 전환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은행권 자금이 기업여신으로 쏠리면서 자영업자 등 금융취약계층의 대출 통로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혁신과 성장 지원이라는 목표 아래 포용금융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서민금융안정기금 조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총 325조698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780억원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같은 해 6월 4668억원 감소한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가계에서 기업으로 이동하며 자영업자·개인사업자(SOHO) 대출은 위축되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잔액은 3조1587억원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사실상 정체된 것과는 상반된다.

은행권이 리스크와 수익성, 정책 부담 사이에서 위험도가 낮은 대기업 및 우량 중견기업 여신을 늘리는 반면 취약 자영업자 등에 대한 공급은 줄인 영향이다. 정책 우선순위가 생산적 금융에 맞춰지며 기업엔 돈이 더 많이 투입되지만 자영업자의 자금통로는 좁아지고 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늘어나며 서민금융 상품 공급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대위변제율은 최근 들어 크게 상승하는 추세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신용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대위변제율이 급증했다는 것은 돈을 빌리고 못 갚은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서금원에 따르면 연 15.9% 금리로 제공되는 '햇살론15'은 대위변제율이 2020년 5.5%에서 2024년 25.5%까지 치솟았다. 대학생과 청년을 위한 '햇살론유스'의 경우 출시 직후엔 낮았으나 12.7%까지 올랐다. '근로자햇살론'도 2020년 10.5%에서 2024년 12.7%로 상승했다. 건전성 악화에 서민금융 공급이 줄면 햇살론조차 받을 수 없게 된 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 등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최근 불법 사금융 피해는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불법 사금융 단속 건수는 3043건으로 1년 전에 비해 83% 급증했다. 피해상담 신고 건수 역시 1만4316건으로 20% 이상 늘었다.

올해부터 은행권이 본격적인 생산적 금융 전환에 나서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와 맞물리며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서민금융안정기금' 조성 등 서민금융기금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금원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만들어 매년 사업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고 보증·대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정부가 매년 출연 여부를 결정하고 있고, 금융회사의 출연금도 올해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출연하게 규정돼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 공급을 위해서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