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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부추긴 ‘초강수’ 대책… 실수요 위한 예외규정 시급 [2026 신년기획, 다시 짜는 부동산정책 (상)]

이종배 기자,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4 18:49

수정 2026.01.04 18:49

대출 옥죄기 등 수요억제 정책
2030 패닉바잉 ‘첫 매수’ 급증
다주택·갭투자 규제로 전세 위축
월세화 현상에 주거 사다리 붕괴
"생애 첫 주택구입 대출 지원하고
지역별 규제 탄력적으로 운영을"
서울 집값 부추긴 ‘초강수’ 대책… 실수요 위한 예외규정 시급 [2026 신년기획, 다시 짜는 부동산정책 (상)]
서울 집값 부추긴 ‘초강수’ 대책… 실수요 위한 예외규정 시급 [2026 신년기획, 다시 짜는 부동산정책 (상)]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에 전세대출 규제, 그리고 사실상의 아파트거래허가제 확대 등 초강력 수요억제 정책으로 매매·임대차 시장 메커니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수요억제 정책에 대해 역대 정부도 못한 '초강수' 대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집값만 자극할 뿐 여러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수요 및 저소득층 내집마련 기회 박탈, 패닉바잉 양산, 전월세 시장 불안, 현금부자 독식 등 규제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 양산하는 초강력 수요억제

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등 집합건물 생애 첫 매수자는 3만4368명에 이른다.

지난 2024년 같은 기간(2만7844명) 대비 23% 증가한 규모로 2022년(1만6225명)과 비교해서는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집값 상승률 통계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승폭이 더 커졌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8%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3%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하반기에 오름폭이 더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대출 옥죄기 등 수요억제 대책이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남수 투미부동산컨설팅 부사장은 "지난해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의 절반가량이 30대로 채워졌다"며 "패닉바잉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주거 사다리 붕괴도 빨라지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갭투자 금지 등의 수요억제 대책 영향으로 디딤돌 역할을 하던 전세가 위축되고 월세화는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주택자 규제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지속시키고 있다. 강남 신축 단지의 경우 국평 기준으로 입주 전 6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결국 한 채만 남기게 되면서 서울과 지방 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예이다.

'집단 디폴트'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잔금대출 한도가 줄어든 데다 기존 집 역시 각종 규제로 제때 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 해지를 원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집단대출 상환이 어렵게 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계약자에 이어 시행 및 시공사 등 대규모 연쇄부도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요억제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실수요자라는 점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자산이 부족한 계층의 주거 사다리가 다 막혀 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결국 서민들이 제일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대출규제 풀어야"… 전면 개선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수요억제 대책들을 보면 규제강화 일변도 정책을 내놓았던 문재인 정부 때보다 강도가 더 세다.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0억원 이하 4억원, 20억원 초과 2억원 등으로 주담대 한도를 제한했다.

2주택 이상 보유자와 1주택자는 추가 주택 구입 시 주담대를 금지하고, 전세대출 규제로 갭투자도 원천 차단했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대폭 확대 등 다주택 구입을 막고 무주택자도 현금이 없으면 내집마련이 어려운 환경이 현재의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수요 억제정책은 단기적인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 정책은 한 예로 필연적으로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국회에서조차 수요억제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내놓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주요 내용과 과제' 보고서에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원은 "저자산 실수요 가구의 내집마련과 주거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지원을 확대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규제를 지역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시장 왜곡과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오히려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때에 다주택자 규제 폐지를 건의했는데 정책 방향은 반대로 나왔다"며 "수요억제 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을 지금은 해소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수요 분산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위원은 "집값 안정을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수요 분산"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부사장은 "수요억제 정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가 아닌 가격 상승 기대감을 낮추는 것"이라며 "아울러 매물 출하를 통한 시장 안정 차원에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을 완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수요 억제 정책은 한마디로 계층·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무작위 대책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 스스로도 임시방편으로 밝혔지만 그 (임시방편이)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 됐고, 현시점에서 수요억제 정책 전반에 대한 분석과 개선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