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모바일앱 최고" 디지털 날개 단 K금융, 인니 선점 가속 [2026 신년기획, 해외 혁신 현장을 가다]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4 18:52

수정 2026.01.05 11:52

'젊은 거대국가 인니'
韓은행 뜨는 이유는
인구 2억8000만명·평균연령 30세
계좌 보급률 낮아 '기회의 땅' 부상
모바일 뱅킹 등 핀테크 산업 급성장
스마트폰에 익숙한 MZ 핵심 타깃
KB국민·우리·하나·카뱅 등 진출
플랫폼·서비스 측면 경쟁력 갖춰
공과금 납부 등 생활형 기능 인기
현지 대기업 파트너십 확대 박차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사진=김준석 특파원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사진=김준석 특파원

"모바일앱 최고" 디지털 날개 단 K금융, 인니 선점 가속 [2026 신년기획, 해외 혁신 현장을 가다]
【파이낸셜뉴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준석 특파원】 "한국 금융사들은 인도네시아 특유의 시장과 투자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현지 고객에 맞춘 혁신적 금융상품과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며 큰 진전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마헨드라 시레가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청장은 지난해 12월 2일 자카르타에서 기자를 만나 한국 금융사들의 인도네시아 사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시레가르 청장은 "디지털전환(DX)이 인도네시아 금융산업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금융혁신의 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높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사들이 보유한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 역량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히 했다.

인구 2억8000만명, 평균연령 30세 안팎의 젊은 거대국가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계좌 보급률과 함께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국내 금융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특히 전통 금융이 충분히 자리 잡기 전에 디지털 금융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금융사들에 가장 큰 매력으로 평가된다. 모바일 결제와 간편송금이 일상화되며 은행 창구가 아닌 스마트폰이 금융의 출발점이 됐고,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축적해 온 모바일 뱅킹과 플랫폼 운영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만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군도 국가라는 지리적 특성 역시 모바일 뱅킹을 비롯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경쟁력과 현지 맞춤형 전략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금융 허브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교민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심의 기존 방식 영업에서 벗어나 인도네시아 대기업과 중소기업(SME)으로 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K금융 강점 살릴 수 있는 최적지"

자카르타에서 만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인구 규모와 성장성, 금융 포용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장"이라며 "당국의 규제로 단기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디지털 금융 중심의 서비스 고도화 국면에서는 외국계 금융사에도 실질적인 기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금융 서비스가 이미 포화 상태인 선진국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전통 금융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 '어떤 금융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단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MZ(밀레니얼+Z) 세대가 금융 소비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면서 K금융의 진출 여지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비대면 금융이 빠르게 확산되며 오프라인 지점 경쟁이 아닌 디지털 경험이 중요한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자가 만난 30대 직장인 아구스씨는 "인도네시아 은행보다 모바일 접근성과 서비스 편의성 때문에 한국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카뱅·하나는 '디지털'…KB는 '현지화'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OK저축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진출해 있다. 카카오뱅크와 하나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현지 고객 공략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차량 호출·결제 플랫폼 그랩과 손잡고 디지털은행 '슈퍼뱅크' 지분 10.05%를 인수했다. 현지 은행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뱅킹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전략이다. 카카오뱅크가 협업해 선보인 '카르투 언퉁'은 소액 저축 시 매일 경품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출시 2주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검증된 디지털 금융 모델을 현지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라인과 협업해 2021년 '라인뱅크'를 출범시켰다. 섬이 많고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은 인도네시아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 금융사 가운데 처음으로 현지 인터넷은행을 설립했다. QRIS 결제, 통신요금 선충전(Top-up), 공과금 납부 등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CGV·스타벅스 등 주요 브랜드와 제휴해 20~30대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20대 직장인 아멜리아씨는 "하나은행의 라인 카드가 예뻐서 계좌를 만들었다"며 "젊은 층의 취향을 이렇게 잘 반영한 금융사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현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를 '세컨드 마더 마켓'으로 지정하고, 은행·카드·캐피털·자산운용 등 7개 계열사를 진출시켜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법인명을 기존 'KB부코핀'에서 'KB뱅크'로 변경하고, 지난해 5월 DBS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했던 현지 전문가 쿠나르디 다르마 리에를 은행장으로 선임했다. 현지 금융업계 관계자는 "교민과 한국 기업 중심 영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현지 대기업과의 파트너십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나·KB '선방', 우리 '고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만 외국계 은행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와 내부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수익성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실적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5년 3·4분기까지 4800억루피아(약 409억92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리테일과 중소기업(SME) 금융 중심 전략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KB뱅크 역시 비용구조 개선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3·4분기 누적 순이익 2900억루피아(약 247억6600만원)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2300억루피아(약 196억4200만원)의 순이익을 냈고, OK은행도 1200억루피아(약 102억4800만원)의 성과를 거뒀다. 2024년도 4539억루피아의 순이익을 기록한 우리은행은 지난 3·4분기 146억루피아(약 12억6290만원)의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은 여전히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외국계 은행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 진출을 넘어 디지털 경쟁력과 현지화,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