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일 산유국 베네수엘라 공격 받았지만 거의 제자리
베네수엘라 공급량 미미한데다 이미 국제 석유 시장에 공급 많아
향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전 개발하면 석유 공급 과잉 가능성
베네수엘라 공급량 미미한데다 이미 국제 석유 시장에 공급 많아
향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전 개발하면 석유 공급 과잉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4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중단에도 불구하고 거의 제자리를 유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제 석유 시장에서 베네수엘라의 비중이 1%에 불과하다며 단기적으로 유가가 요동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간다고 예상했다.
美 공격에 석유 수출 멈추고 감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물 가격은 이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배럴당 57.21달러에 거래되어 전일 대비 0.23% 내렸다.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 3월물 가격은 같은 날 배럴당 60.79달러로 전일 대비 0.07% 올랐다. 양대 유종 모두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3일 이후 약 1%p 범위에서 오르내렸으나 하루 만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시킹알파 등 미국 경제 매체들은 4일 보도에서 4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가뜩이나 줄어들던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이 완전히 멈췄다고 전했다.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주 및 아시아로 석유를 운송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서 선적을 마친 다수의 유조선들이 항구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는 선장들이 항만 당국에서 출발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일부 유조선은 운송할 석유를 싣지 못한 채 항만을 떠났다고 전했다. 유조선 추적업체 탱커트랙커스는 3일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의 최대 석유 항만인 호세 항구에서 선적 중인 유조선이 단 한 척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번 항만 통제는 미국이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나포한 이후에 나온 조치로 추정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부터 마두로 정부의 석유 수출을 방해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근해에서 여러 유조선을 압류했다. 트럼프는 3일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가 전면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석유 당국은 수출 중단으로 생산한 석유를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지자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현지 국영 석유기업 PDVSA는 3일 미국의 공습 이후 석유 개발에 참여한 합작 기업들에게 감산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석유 시장에서 베네수엘라 물량이 사라져도 가격이 안정적인 이유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공급량 자체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석유는 지구 전체 매장량 대비 약 17%로 국가 단위로 보면 가장 많았다. 그러나 같은 해 베네수엘라가 실제로 생산해 국제 석유시장에 공급한 양은 전 세계 생산량 대비 0.8%에 불과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중동 등 다른 지역의 석유보다 기본적으로 품질이 낮아 정제 과정에 비용과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트럼프 덕분에 석유 공급 늘어날 수도
트럼프는 3일 기자회견에서 "아주 규모가 큰 미국의 석유 회사들이 들어가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기반시설을 복구할 것"이라며 "(그 회사들은) 그 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일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석유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모든 것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과거 1990년대 후반에 일평균 350만배럴에 달했으나 지난해 11월 기준 일평균 86만배럴에 머물렀다. 외신들은 서방 정유 기업들이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마두로까지 이어진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에서 일방적인 국유화로 인해 대거 이탈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석유 기반시설이 낙후되면서 석유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정유기업 코노코필립스와 엑손모빌은 2007년 당시 차베스 정부의 국유화에 반발해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으며, 현재 베네수엘라에 남은 미국 정유기업은 쉐브론뿐이다.
다국적 석유컨설팅업체인 에너지에스팩츠의 암리타 센 창립자는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유가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개입이 베네수엘라 석유의 시장 복귀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이런 기대감이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베네수엘라의 생산 차질이 발생해도 다른 지역 증산을 통해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까지 이어질 글로벌 공급 과잉 기조가 유가를 배럴당 50달러선까지 끌어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포함해 총 23개국이 참여하는 산유국 협의체 OPEC+ 가운데 주요 8개국(V8)은 4일 비대면 회의를 열고 지난해 11월 결정을 유지한다고 합의했다. 지난해 4월부터 생산량을 늘렸던 V8은 같은해 11월 회의에서 2026년 1·4분기에 석유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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