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추가근무 뒤 우울증'으로 숨진 공무원…법원 "인과관계 인정"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5 14:18

수정 2026.01.05 14:17

새 업무 맡고 추가근무...입원 치료도
"개인적 취약성에서 비롯한 것 아냐"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새로운 업무를 맡고 장시간 추가 근무 이후 우울증을 호소하다 자살한 교육공무원에 대해 공무상 질병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숨진 A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06년 지방교육행정 공무원으로 임용돼 근무해오던 중 2022년 1월 한 중학교 행정실장을 맡았다. 이후 같은 해 3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질병휴직에 들어갔다. A씨는 7월 복직해 한 도서관으로 발령받았지만, 복직 한 달 만에 도서관 지하 계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유족은 그해 9월 인사혁신처에 "A씨가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돼 자살했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러야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2024년 3월 "A씨의 업무 수행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사망에 이르게 할 업무적 요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 유족은 해당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등을 종합해 "A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며 인사혁신처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행정실장으로 부임한 뒤 상당한 추가 근무를 한 점에 주목했다. A씨는 2022년 1월 44시간, 2월 약 22시간의 시간 외 근무를 했으며, 지인과 가족에게 업무와 관련한 고충을 자주 토로해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울증 상담 과정에서 "일요일에도 출근했고 어제도 관사에 남아있었다", "실장업무가 너무 힘들다"는 등 스트레스를 호소한 점도 고려됐다.

A씨의 기존 정신과 진료 전력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A씨가 2011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지속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 기질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면이 있다"면서도, 행정실장 업무를 맡은 이후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입원 치료까지 받았던 점을 들어 A씨의 사망이 "개인적 취약성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