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택시만 봐도 떨려" "늘 다니던 길인데"…종각역 추돌 사고에 시민들 충격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5 16:54

수정 2026.01.05 16:55

시민들 "남의 일 같지 않아 참담"
심리적 고통 호소
"택시 기사 고령화 문제 관심 가져야"
경찰, 구속영장 신청

5일 오전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교통사고 현장. 사진=서지윤 기자
5일 오전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교통사고 현장. 사진=서지윤 기자
#. 5일 아침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오전 8시께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뀔 때마다 30여명이 무리지어 횡단보도를 건넜다. 바쁜 걸음을 옮기던 시민들은 지난 2일 저녁 이곳에서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한 시민은 "여기서 사고가 난 게 맞냐"고 탄식했으며 사고 현장을 사진으로 담는 이들도 있었다. 택시가 들이받은 전봇대 일부는 포장이 뜯겨 나갔고 바닥엔 여전히 유리 파편이 남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 시민들 사이에선 이번 사고가 '남 일'만은 아니라는 두려움과 공감대가 퍼지고 있었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인근 직장인 박모씨(33)는 "사고가 일어난 날 저녁 그날따라 택시 콜이 안 잡혀서 기다리다가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나왔다"며 "사무실 창문도 닫아 놨는데 탄 내가 들어오고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서 큰 일이 난 걸 직감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아침 출근길에 택시만 봐도 너무 무서웠다. 매일 오가던 길에서 큰 사고가 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광화문의 한 회사원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늘 곁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며 "한 주를 마무리하는 퇴근길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2일 오후 6시5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시민들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를 일으킨 택시. 사진=서지윤 기자
지난 2일 오후 6시5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시민들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를 일으킨 택시. 사진=서지윤 기자
이 사건을 계기로 택시 기사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의 택시 기사 6만9727명 중 65세 이상이 3만7020명으로 53.0%에 달한다. 초고령화 시대에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고령 운전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령 운전자는 시력과 청력, 반응속도가 저하되고 지병으로 인해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청년층보다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 운전자의 어려움을 보완할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배경이다.

직장인 유모씨(35)는 "연세가 드신 기사님 중에는 시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많은데,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도 입력하지 못하시거나 가까운 것을 제대로 보려고 돋보기를 갑자기 꺼내실 때 가슴이 철렁했던 경험이 있다"며 "운전에 방해가 돼 사고가 날까 봐 받아야 하는 회사 전화도 받지 못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숨죽이고 있을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강모씨(29)도 "연세가 있는 기사님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면 앞으로 더 걱정될 것 같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사고 차량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났던데 인명 피해가 그 정도인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사고 직후 A씨를 상대로 실시한 약물 간이 검사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감기약이나 진통제 등 병원 처방약을 장기간 복용해 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종각역 차량 돌진 사고를 낸 70대 후반 택시 기사 A씨에 대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에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과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등 치사상 등 혐의가 적용됐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