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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모을루 “민주주의는 전 세계서 후퇴… 한국의 선택은 고무적”[전미경제학회]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5 12:36

수정 2026.01.05 12:36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




【파이낸셜뉴스 필라델피아=이병철 특파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는 한국의 최근 정치적 격변 속에서 나타난 민주주의 수호 움직임을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들어 미국의 민주주의는 국제 지표상 뚜렷한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 참석해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실제 행동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과 이후의 정치적 혼란을 거론하며 "이는 동아시아 전반에서 민주주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민주주의와 경제 성과의 관계를 한국 사례로 설명했다.

그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민주주의는 경제 성장과 다양한 사회적 성과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한국은 군사정권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이후 1인당 GDP뿐 아니라 유아 사망률, 교육 등 핵심 지표 전반에서 뚜렷한 개선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선을 미국으로 돌리면 평가는 달라진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미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상당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프리덤하우스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 지표를 보면 미국 민주주의는 분명히 후퇴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정책뿐 아니라 외교 정책에도 실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주의 약화와 최근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 사이에 단순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성장의 원인과 맥락은 매우 복합적"이라며 "최근 미국의 성장세는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를 완전히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기업 환경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계엄·탄핵 정국 이후 이어진 정치적 충돌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모든 나라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사회가 보여준 민주주의 회복 의지는 중장기적으로 제도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제모을루 교수는 국가 간 경제 발전의 격차를 제도적 요인으로 설명한 공로로, 지난 2024년 같은 대학의 사이먼 존슨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