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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모았는데, 몸은 버틸까...50대에게 가장 위험한 말, “아픈 건 아닌데” [은퇴자 X의 설계]

김기석 기자,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0 08:30

수정 2026.01.10 09:38

50대 사망자, 대부분 사고사가 아닌 ‘병사’
자산 축적만 말고 건강관리 당장 시작해야
중년들에게 가장 무서운 연중행사가 '건강검진'이다. 50대 사망 원인도 사고사가 아닌 병사, 그것도 암이다. 가장 확실한 노후 재테크는 '건강'이라는 말이 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운동과 식단관리를 시작할 때다. 사진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에서 건강에 이상이 생긴 백상무가 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장면. /JTBC 방송화면 캡처
중년들에게 가장 무서운 연중행사가 '건강검진'이다. 50대 사망 원인도 사고사가 아닌 병사, 그것도 암이다. 가장 확실한 노후 재테크는 '건강'이라는 말이 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운동과 식단관리를 시작할 때다. 사진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에서 건강에 이상이 생긴 백상무가 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장면. /JTBC 방송화면 캡처

은퇴자 X의 설계
은퇴자 X의 설계

[파이낸셜뉴스] 1만973명, 1만4884명, 2만1655명. 지난 2024년 사망한 50~54세, 55~59세, 60~64세 사람들의 숫자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긴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른 죽음이다. 대부분은 사고가 아니라, 병이었다. 암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심장 질환, 간 질환, 뇌혈관 질환도 주요 사망 원인이다.

“피곤하다.

쉬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다.” “아픈 건 아닌데 늘 피곤하다. 아이들처럼 방학이 있었으면 좋겠다.”

50대가 자주 내뱉는 말이다. 병원에 가기엔 애매하고 일을 쉬기엔 너무 이르다 보니, 신호를 ‘질병’이 아니라 ‘컨디션 문제’로 해석한다. 허리가 뻐근하면 파스로 버티고, 혈압이 조금 높아도 “다들 그렇지”라고 넘긴다.

하지만 50대에게 가장 위험한 말이 바로 ‘아픈 건 아닌데’다. 큰 병은 대개 ‘갑자기’ 오지 않는다. 조용히 쌓이다가 어느 날 결과지로 드러난다. 통계가 말하는 50대는 바로 그 구간이다. 아프지 않아서 방심하기 쉽고, 그래서 골든타임을 놓치기 쉬운 나이다.

‘김 부장’은 다행, 백상무가 걱정

드라마 ‘서울 자가 김 부장’의 주인공 김 부장은 어찌 생각하면 다행이다. 최소한 ‘건강’은 유지했으니 말이다. 회사에서 승진 경쟁에 밀려 부장으로 남았고 회사에서도 쫓겨났지만 그래도 몸은 버텼다.

오히려 백 상무가 걱정이다. 상무 자리는 지켰지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같다. 드라마 속 백 상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가슴을 움켜쥐었다.

현실의 50대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몸 안 어딘가에선 이미 적신호가 깜빡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바빠서, 혹은 인정하기 싫어서 그 신호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남은 건강 수명은 얼마나 될까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그렇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7세다. 하지만 유병기간제외 기대수명(건강수명)은 65.5세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18년 이상을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50대 중반이라면 ‘팔팔하게’ 움직일 시간은 고작 10년 남짓 남은 셈이다. 은퇴 후 30년을 살아야 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을 병원 신세를 지며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체감이 아니라 숫자가 말해준다. 50대부터는 정상이 예외가 된다.

수검 결과 판정 비율 /그래픽=정기현 기자
수검 결과 판정 비율 /그래픽=정기현 기자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결론은 단순하다. 50대는 정상(34.9%)보다 ‘질환 의심+유질환자’(65.1%)가 더 많은 구간이다. 정상은 평균이 아니라 예외가 됐다.

50대에 무슨 일이 벌어지나

50대의 건강 변화는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니다. 40대에 쌓인 관리 실패가, 50대에 결과로 드러나는 구간이다. 그래서 이 시기부터 질병은 ‘진단’이 아니라 ‘경고’가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의 환자가 50대를 기점으로 폭증한다. 40대까지는 ‘관리하면 괜찮은’ 수준이지만, 50대가 되면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수준으로 악화된다. 특히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혈관 질환이 무섭다.

연령대별 주요 질병 /그래픽=정기현 기자
연령대별 주요 질병 /그래픽=정기현 기자

핵심은 세 가지다. 고혈압·당뇨·심근경색이 50대에서 확 늘어난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는 40대 185만명 수준에서 50대 245만명으로 크게 늘고, 당뇨병도 40대 41만명에서 50대 90만명으로 두 배를 넘는다. 심근경색증은 40대 1만명에서 50대 3만명으로 3배가량 많다.

더 심각한 건 ‘유질환자’ 판정을 받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 먹으면 되겠지”, “나중에 심해지면 그때 가지 뭐” 하는 식이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명 교수는 "50대 성인의 가장 중요하고 흔한 질병은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같은 생활습관병으로 진단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면서 "그러나 방치하는 경우 수년 후 동맥경화가 진행돼 협심증, 심근경색증 및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으로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증상이 없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는 조언이다.

여성은 더 가파른 하강 곡선

여성은 더 가파르다. 골다공증 환자는 40대 2만명에서 50대 20만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난다.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뼈의 방어막을 순식간에 걷어내기 때문이다.

부산에 사는 박모씨(54, 여)는 최근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손목이 부러졌다. “높이가 10cm도 안 되는 계단이었는데, 손을 짚는 순간 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고 나니 이제 계단이 무섭다.”
여기에 노안과 백내장, 황반변성 같은 안과 질환도 50대부터 급증한다.

연령대별 주요 질병 환자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연령대별 주요 질병 환자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그리고 가장 두려운 치매는 40대 639명에서 50대 5104명으로 늘고, 60대에는 4만33명으로 폭증한다.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는 10년 사이 치매 환자가 8배 늘어나는 셈이다.
정신건강도 위태롭다. 2023년 50대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2.5명으로 전년 대비 12.1% 급증했다. 80대 이상(59.4명), 70대(39.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의 둑도 함께 터진다.

대전에 사는 최모씨(56)는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당뇨 진단을 받고 10년간 관리를 소홀히 했어요. 그러다 망막증이 와서 한쪽 눈이 거의 안 보이게 됐죠. 일도 못하게 됐고, 애들 대학 등록금은 어떻게 하나…그런 생각만 하루 종일 하게 되더라고요.”
피로는 기분이 아니라 ‘회복력 붕괴’의 신호다

이 모든 질병의 출발점은 의외로 비슷하다.

대부분의 50대는 병이 아니라 ‘피로’부터 느낀다. 문제는 이 피로를 위험 신호가 아니라, 참고 넘겨야 할 일상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50대의 피로는 단순한 과로가 아니다. 수면의 질 저하, 근육량 감소, 회복 속도 둔화, 만성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고 있다는 신호다. 그래서 “아픈 데는 없는데 계속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이 상태를 오래 방치할수록 질병은 더 깊어지고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최정연 노인병내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의 만성질환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면서 "그러나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을 통해 제대로 모니터링 하고 정기적인 운동으로 근력을 키운다면 어느 정도 관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방치"라면서 "몸을 과신하지 말고 지금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 피로인가, 몸의 ‘적자 신호’인가

전문가들은 다음 항목 중 4가지 이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가 아니라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상태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회복 불능: 잠을 자고 푹 쉬어도 개운하지 않고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일상의 무력감: 예전과 같은 양의 일을 해도 훨씬 더 빨리 지치고 힘들다.

△집중력 저하: 기억력이 눈에 띄게 나빠지거나 업무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원인 모를 통증: 병원 검사상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근육통이나 관절통이 이어진다.

△수면 장애: 낮에는 쏟아지는 졸음으로 고생하고, 밤에는 오히려 깊은 잠을 못 잔다.

△동반 증상: 피로와 함께 식욕 부진, 까닭 없는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

△림프절 부종: 목이나 겨드랑이 주변의 임프절이 붓거나 통증이 느껴진다.

△두통: 평소와 다른 양상의 두통이 새롭게 나타난다.

운동 후 권태: 가벼운 운동 후에도 24시간 이상 심한 피로감이 지속된다.

이는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회복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료비 폭탄, 예고 없이 터진다

피로를 버티다 병이 터지면, 돈도 같이 터진다. 2023년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본인부담 의료비는 116만8000원이다. 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만 이 정도다.

50대는 아직 65세가 아니지만, 암이나 중증질환이 발병하면 본인부담금이 급증한다. 2022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고액진료비 환자의 24.8%가 60대, 13.2%가 50대다. 50~60대가 고액진료비 환자의 38%를 차지한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0년 기준 65.3%다. 나머지 약 35%는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특히 암 치료나 척추·관절 수술처럼 비급여 항목이 많은 경우 본인부담금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

50대는 '회복력'의 구조를 바꾸는 시기

전문의들은 50대 건강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물론 식습관도 개선해야 이후의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세란병원 종합검진센터 허지애 과장은 "50대의 건강관리는 건강검진과 운동, 식습관 개선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면서 "만성질환은 운동 습관에 따라 진행 속도가 크게 달라지고, 근육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노후의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규칙적인 식습관도 중요하다. 매 끼니에 정성을 다해 먹어야 한다"면서 "식사의 중요성을 간과해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한 끼를 때운다면 영양 불균형을 불러와 체지방이 몸에 쉽게 쌓인다"고 지적했다.

돈을 벌기 전에, 몸이 버틸 수 있는 구조부터 점검하라

가장 확실한 노후 재테크는 ‘건강이라는 자산’을 지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모아도, 아프면 그 돈은 병원비로 사라진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면 10년을 더 일할 수 있고, 의료비는 줄어들며, 노후의 선택지는 넓어진다.

다만 건강도 투자처럼 ‘의지’가 아니라 ‘구조’로 관리해야 한다. 당장 점검해야 할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검진 결과지에서 ‘재검·의심’이 하나라도 있으면, 미루지 않고 확인하는가.
△근육을 줄이지 않기 위해, 주 2~3회라도 ‘지속 가능한 운동’을 하고 있는가.
△수면이 무너진 채로 버티고 있진 않은가(잠이 곧 회복력이다).

지금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은퇴=퇴장'이라는 낡은 공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 83세 시대, X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면서 기존의 은퇴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담은 [은퇴자 X의 설계]가 매주 토요일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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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skim@fnnews.com 김기석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