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붉은 반점에, 칼로 찌르는 통증"...72시간 놓치면 평생 후유증 남는 '이 병' [이거 무슨 병]

성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7 19:00

수정 2026.01.07 19:00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라는 대상포진
남성보다 여성, 50대 이상 발병률 급격히 증가
재발률 높아... 비싸지만 예방접종 고려해 볼만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띠 모양의 발진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며, 50대 여성에게서 발병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띠 모양의 발진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며, 50대 여성에게서 발병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옆구리가 칼로 찌르는 것 같기도 하고, 불에 타는 것 같기도 하고... 살면서 이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어요"

몸 한쪽에 찌릿한 통증이 시작되는데도 단순 근육통이나 감기 몸살로 여기다 뒤늦게 대상포진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항바이러스제로 대상포진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됐지만, 발병 후 72시간 내 치료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져 수개월에서 수년간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대상포진 환자 매년 증가세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피부로 올라오면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수포를 일으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대상포진 환자 수는 76만2709명으로 직전 해 대비 1만3000여명 늘었다.

대상포진 환자 수는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대상포진은 평생 3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보통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약 1.6배 많으며,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최근에는 2030 젊은 층도 과로와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을 앓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바늘로 쿡쿡", "불에 타는 것 같다"... 극심한 통증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신체의 한 쪽에서 나타나는 찌릿하거나 화끈거리는 통증이다. 보통 통증이 2~3일 정도 지속된 뒤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발진이 나타난다. 사진=질병관리청·국민건강관리포털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신체의 한 쪽에서 나타나는 찌릿하거나 화끈거리는 통증이다. 보통 통증이 2~3일 정도 지속된 뒤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발진이 나타난다. 사진=질병관리청·국민건강관리포털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찌릿하거나 화끈거리는 통증이다. 통증은 전신이 아닌 몸의 한쪽에만 국한돼 나타나며, 환자들마다 상이하지만 살이 타는 듯한 느낌이나 칼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호소한다.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감각 이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발병 부위는 수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던 신경절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바이러스가 얼굴 감각을 관장하는 3차 신경을 공격하면 이마, 눈 주위에 발병하고, 척추 신경을 공격하면 등·허리와 옆구리 등에서 통증이 시작된다.

보통 전조증상으로 통증이 2~3일 정도 지속된 후, 붉은 발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발진은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2~5일 후 팥알 크기의 수포로 변하고, 7~14일 후에는 고름이 차면서 색깔이 탁해지다가 딱지로 변한다. 수포는 보통 23주 동안 지속되며, 접촉 등으로 물집이 터지면 궤양이 형성될 수 있다.

골든타임은 단 '3일'... 놓치면 신경통·마비 등 후유증
대상포진은 발병 후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를 투여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이 남을 위험이 높아진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바이러스가 사라졌음에도 신경 손상이 남아 통증이 지속되는 현상이다. 고령일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50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연합뉴스
대상포진은 발병 후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를 투여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이 남을 위험이 높아진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바이러스가 사라졌음에도 신경 손상이 남아 통증이 지속되는 현상이다. 고령일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50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연합뉴스

대상포진은 빠른 치료가 관건이다. 발진과 통증이 시작된 뒤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통증 조절을 위해 진통제가 함께 사용되며, 통증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 신호의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피부 병변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지속되는 합병증이다. 바이러스가 사라졌음에도 신경 손상으로 인해 뇌의 통증 억제 회로가 망가져 통증 신호가 계속 전달되는 상태다.

치료시기와 함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나이다. 고령일수록 신경 회복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0대 환자의 약 20%, 60대의 약 60%, 70대에서는 70%가량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권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발도 많다... 대상포진 예방하려면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약 90%(싱그릭스주 기준) 낮출 뿐 아니라, 발병하더라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약 67% 줄일 수 있다. 백신 효과는 약 5년 정도 지속된다. 사진은 울산 남구보건소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뉴스1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약 90%(싱그릭스주 기준) 낮출 뿐 아니라, 발병하더라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약 67% 줄일 수 있다. 백신 효과는 약 5년 정도 지속된다. 사진은 울산 남구보건소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뉴스1

대상포진은 한 번 걸렸다고 다시 걸리지 않는 병이 아니다. 과로, 수면 부족, 심한 스트레스, 만성질환,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수년 간격으로 여러 차례 대상포진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휴식과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면역 기능이 더 쉽게 떨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약 90%(싱그릭스주 기준) 낮출 뿐 아니라, 발병하더라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약 67% 줄일 수 있다. 백신 효과는 약 5년 정도 지속된다.

최근에는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예방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접종률도 점차 늘고 있다. 스탠포드대 의대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셀(Cell)지에 발표한 후속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환자에서 치매 발병 위험을 7년간 20% 가량 감소했고, 이미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상포진 예방접종 비용은 전국 평균 25만원으로 다소 부담스러운 편이며, 비급여 항목이라 지역 및 의료기관별로 가격 편차도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에서 대상포진 예방백신 싱그릭스주의 접종료를 확인해보면, 최소 14만원에서 최대 45만원에 달한다. 싱그릭스주는 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므로, 총 비용은 30만~90만원 선이다.

고령층에게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극심한 통증이 일상생활을 제한하면서 수면 장애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병 경험이 있거나 고령자일 경우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고려해 볼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나이 탓, 스트레스 탓' 하다가 놓치는게 병입니다. [이거 무슨 병]은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질병들의 전조증상과 예방법을 짚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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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fnnews.com 성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