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장기국채 금리 27년래 최고 "日국채시장, 이미 '미니 트러스 쇼크'"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5 16:58

수정 2026.01.05 17:11

일본 장기국채 금리 27년 만에 최고…국채시장 변곡점
“이미 미니 트러스 쇼크”…재정 확대에 시장 재평가
BOJ 긴축 가속 전망, 장기금리 상승 압력 지속
엔저 장기화 가능성…외환시장 개입 관측도
지난해 3월 19일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3월 19일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5일 일본의 장기 국채금리가 2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일본 국채시장이 이미 '미니 트러스 쇼크'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채권 헤지펀드인 영국 '캐프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아사이 마사오 공동 창업자는 이날 요미우리와 인터뷰에서 "2024~2025년 장기금리 상승 흐름은 이미 미니 트러스 쇼크라고 불러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러스 쇼크'란 지난 2022년 9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과 함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사건을 말한다. '과거 50년내 최대' 규모의 감세안이 나오자 영국 파운드화 폭락과 채권금리 폭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발작을 불러왔다.

그는 "영국 트러스 쇼크처럼 하루 만에 급격한 금리 급등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이후, 특히 올해 4월부터 초장기 국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만기 10년 초과 국채, 특히 4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급등은 시장이 일본 재정과 통화정책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날도 일본 장기 국채금리는 급등세을 보였다. 도쿄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때 2.125%까지 올랐다. 1999년 2월 이후 약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27년 만의 최고치인 3.035%까지 올랐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5%포인트(p) 오른 3.4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4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4%p 상승한 3.65%까지 올랐다.

아사이 공동 창업자는 일본 장기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 기조를 꼽았다.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18조3000억 엔으로 확대됐고, 국채 발행 총액도 171조엔에서 178조엔으로 상향되면서 "향후 국채 발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방위비 확대가 추가되면서 시장이 장기적으로 국채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 여지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장기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내다봤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제로금리 정책에서 탈피했으며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75%로 0.25%p 인상했다. 1995년 이후 30년만의 최고 수준이다.

아사이 공동 창업자는 "실질금리는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반년 주기로 금리를 인상해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할 때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국채 매입을 위축시키고 금리의 선제적인 상승 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경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사이 공동 창업자는 "엔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가속되면 정책금리의 최종 목표치가 시장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이 경우 장기금리의 추가 상승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환시장에 대해서는 엔저·달러 강세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사이 공동 창업자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한 일본 국내에는 운용 매력이 제한적이어서 자금의 해외 유출이 계속된다"며 "해외 디지털 서비스 결제, 대미 투자 확대 등 구조적 요인까지 감안하면 엔저 요인이 엔고 요인을 크게 웃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결국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국면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더라도 곧바로 엔고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그는 "환율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일 간 금리와 경기 흐름의 상대적인 방향성에 의해 결정된다"며 "미국이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성장 국면을 유지한다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만으로 엔고·달러 약세 전환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큰 침체 국면에 빠질 경우에만 엔화 강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