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교장(서강대 명예교수)이 말하는 '갈등 사회 넘어 선도 국가 되려면'
지금 한국사회의 갈등은 발전 아닌 퇴보 초래
염치 사라진 ‘기능적’ 정치엔 권력만 남아
기능에 빠져 본질 추구 못하면서 갈등 심화
통합 위해선 더 높은 단계 사유 능력 필요
독서·공부 통한 자기 삶의 성찰 없이는
어떤 통합이나 정치의 본질 회복 불가능
경제적 성장 이뤘지만 존재론적 성장은 아직
선진국 진입 위해선 정치부터 앞장서 모범을
4차 산업혁명으로 열린 변화의 기회 잡아야
지금 한국사회의 갈등은 발전 아닌 퇴보 초래
염치 사라진 ‘기능적’ 정치엔 권력만 남아
기능에 빠져 본질 추구 못하면서 갈등 심화
통합 위해선 더 높은 단계 사유 능력 필요
독서·공부 통한 자기 삶의 성찰 없이는
어떤 통합이나 정치의 본질 회복 불가능
경제적 성장 이뤘지만 존재론적 성장은 아직
선진국 진입 위해선 정치부터 앞장서 모범을
4차 산업혁명으로 열린 변화의 기회 잡아야
ㅡ우리 사회의 갈등이 왜 이렇게 심한가.
▲갈등은 자연 세계나 인간 세계에서 당연히 있는 현상이다. 갈등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그런데 우리 갈등은 앞으로 나아가는 갈등이 아니라 멈추게 하는 갈등이거나 뒤로 가게 하는 갈등이다.
ㅡ정치는 왜 신뢰를 잃었나.
▲정치인들은 말을 너무 빨리 바꾸고 자기가 한 말과 다르게 행동한다. 인간은 신뢰를 안 지키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염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장치다. 우리 정치에서 염치가 사라졌다.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덕목이 사라진 거다. '기능적'인 정치에서는 권력밖에 남는 게 없다. 그러니까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인간으로서의 '존재론'적 성장이 멈춘 상태다. '기능'에만 빠져 있고 '본질'을 추구할 줄 모른다. 꿈이 검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검사는 꿈일 수 없다. 직업이다. 직업은 꿈을 실현하는 디딤돌일 뿐이다. 검사가 꿈이어서 검사가 된다면 기능적인 검사 활동밖에 할 수 없다. 존재론적 성장, 지적 성장이 멈춘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기능만 발달해 기능들끼리 다툰다.
ㅡ기능과 본질의 차이는.
▲기능은 그것이 없어도 사는 것이고, 본질은 그것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가 권력을 위해서 싸우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추구하는 권력의 수준이다. '본질적' 의미가 아닌 '기능적' 의미에만 닿아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본질 추구가 일반화된 수준의 사회가 아니다. 지식 생산국이 아니라 수입국이다. 수입하는 사람들한테는 '대답'이 일반화된다. '질문'은 자기한테만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안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본질적인 문제다. 우리 사회는 질문이 없다. 지식은 삶을 펼치는 하나의 전략인데 우리는 생산하는 상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기만 하지, 없는 것을 추구하는 정신, 즉 본질적인 호기심이 없었다.
ㅡ정치 민주화는 이뤘지 않나.
▲민주화를 이루었다는데 사실은 실패했다. 민주적 감수성이 키워지지 않았다. 민주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다. 가령 '5·18 역사 왜곡 특별법'은 표현의 자유를 막는 거다.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펼치는 정치 풍경은 뭔가. 전체주의로 가는 거 아닌가?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를 검사한다. 얼마나 비민주적이며 전체주의적인가. 겉으로는 민주화, 민주화하면서 하는 일은 반민주적이다. 존재론적 성장이 멈춰서 그렇다. '사람'되는 길에서 벗어나 버렸다. 존재론적 성장이 뭔가. 내가 왜 나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인간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거기서 나온 자기 인식을 근거로 사는 것이다.
ㅡ대립을 극복하고 통합을 하려면.
▲통합은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통합할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통합하나. 통합하려면 지금보다는 한층 더 높은 단계의 사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전부 통합을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안 한다. 통합할 능력이 없어서다. 통합은 매우 수준 높은 지적활동이다. 감정적으로는 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억누르며 일부러 해야 하는 능력이다.
ㅡ지적 능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공부를 해야 한다. 독서를 해야 한다. 자기 삶을 성찰해야 한다. 삶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것이 없으면 어떤 통합이나 정치의 본질 회복이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지적·이성적 성장은 김대중 대통령 때(2000년 전후)가 피크다. 그때부터 내리막길이다. 왜 그럴까. 그때까지는 따라 하기, 추격하기로 지적활동을 했다. 다음에는 추격 국가에서 선도 국가로 가야 한다. 생각의 결과를 받아서 사는 삶에서 생각을 하는 삶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이동은 굉장히 어렵다.
ㅡ다시 선도 국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답에서 질문하는 사회로 넘어가야 한다. 질문하는 능력은 쉽게 갖춰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계속 대답하는 방식으로 20년을 살아온 거다.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 꿈을 줘야 한다.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김 대통령 때까지 우리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해 왔다. 그 이후 선진화, 선도화를 했어야 했다. 꿈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꿈이 없는 사회가 됐다. 하나의 원인을 찾자면 교육개혁이 되지 않은 것이다.
ㅡ교육을 개혁하려면.
▲한 나라는 두 기둥으로 서 있다. 국방과 조세다. 거기에 두 톱니바퀴가 있어야 하는데 교육과 정치다. 국가가 제대로 되려면 이 둘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의 실패라기보다 교육의 실패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자기 자신과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의 확립이다. 국가 정체성이 교육계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교육부총리가 사회주의 모범국가를 지향한다는 글에 동의를 표하는 지경이다. 자기 자신과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데서부터 건강한 교육이 비로소 시작된다.
ㅡ인륜과 도리, 효(孝)가 무너지고 있다.
▲변하고 있는지 무너지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다고 본다. 구세대가 신세대에게 철 지난 도리를 강요해선 안 된다. 삶의 태도가 본질적이면 효심, 공경심을 안 배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 한다. 삶이 기능적이라면, 어떻게 본질적인 도리가 지켜지겠나.
ㅡ인간의 삶의 목적은 결국은 행복 아닐까.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적은 자기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는 거다. 그렇게 함으로써 행복을 느낀다. 행복이 중요한 이유는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이 세계를 훨씬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다. 행복은 굉장히 주관적인 심리 상태다. 김구 선생이 심리적으로 편안했을까. 불안하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래도 뜻한 것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을 것 아닌가. 그것이 행복이다. 성장해 나가면서 마음속에 느껴지는 어떤 만족감, 희열이 행복이다.
ㅡ30년 전과 비교하면 나라나 개인이 성장했을까.
▲경제적, 물적 성장은 이뤘다. 존재론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존재론적 성장을 하면 생각할 줄 모르던 사람이 생각할 줄 알게 된다. 성찰하지 않던 사람이 성찰하는 삶을 산다. 궁금해하지 않던 것을 궁금해하게 된다. 겉으로는 성장했는데 속으로는 오히려 정체되거나 퇴보됐다. 국가가 내면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서. 정치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리더들이 국민 평균 수준도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후발 주자로 출발해 우리처럼 유사 선진국까지 온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를 보자. 그런 나라들이 결국은 선진국 진입에 실패하고 다 추락했지 않나.
ㅡ우리가 지금 그런 상황인가.
▲그렇다. 본질적, 존재적 성장을 하지 않으면 선발 주자 대열에 올라설 수 없고, 올라서지 못하면 추락할 수 있다. 그것이 중진국의 함정이다. 그것을 기업인들이 느끼고 도약을 시도해 본 것이 있다. 인문학 유행이다. 인문학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거 아닌가. 인문적 시선의 결과는 창의성이다. 후진국은 창의성이 부족하다.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사는데 우리가 먼저 만들어 수출한 것은 없다. 우리 삶을 채우고 있는 물건, 제도 가운데 우리가 먼저 만든 것은 거의 없다. 한글 외에는 거의 다 수입이다. 민주주의조차도. 이걸 추격 국가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창의성 발휘 여부가 중요해진다.
ㅡK문화, K팝은 우리가 만든 것 아닌가.
▲우리가 만든 거다. 문명은 생각의 결과이므로 지적인 산물들이다. K문화, K팝은 우리가 지적인 사람들임을 증명한다. 그런데 우리의 지적인 역량은 종속적인 레벨에서 단련되었다. K문화, K팝을 더 확장하고 더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선도적인 레벨의 지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사유하는 삶이나 인문적 시선 그리고 본질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 등이 중요한 이유다.
ㅡ한국 문화가 번영기를 맞은 건가.
▲문화를 포함해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생로병사가 있다. 지적 역량이 강하면, 생로병사의 주기가 길어지고, 약하면 그 주기가 짧다. 번영을 지속하려면 도약해야 할 때 도약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4차 산업혁명으로 문명의 패러다임이 깨지고 있다. 패러다임이 깨질 때라야 후발 주자들에게 기회가 열린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ㅡ우리 젊은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자신이 살고 싶은 세상, 되고 싶은 자신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우선 자기 자신을 궁금해해야 한다. 이미 있는 것에 자기를 맞추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발견한 자신을 살아야 한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삶을 본질적으로 대하는 젊은이라면 자기 앞의 문제를 피하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려고 덤빈다. 이런 사람은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를 자주 묻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ㅡ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가 자녀를 교육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는 건 폭력이다. 자기가 살고 싶은 세상, 자기가 되고 싶은 자기에 대해서 꿈을 갖게 허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이 갈등을 만든 사람들이 다 누군가. 부모들이 그래 놓고 자식에게 강요하고 있다. 사회가 달라지려면 젊은이들한테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자식을 교육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사랑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사랑하는 법부터 다시 배우자.
tonio66@fnnews.com, 대담 = 손성진 논설실장
■ 최진석 교수 약력 △베이징대 대학원 도가철학 박사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카이스트 AI대학원 초빙 석학교수 △건명원 초대원장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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