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종 세종대 교수의 환율 진단
전쟁이나 금융위기 같은 이슈 없는데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환율 올라
나랏빚 불고 시중 유동성 늘어나는 등
내부에 쌓인 구조적 문제 반영된 결과
GDP 22% 그친 외환보유액도 불안
환율 오르면 전기요금 등 물가 자극
대기업-중기 산업 양극화도 부추겨
올해 1550~1600원까지 갈 수 있어
무역흑자 날 때마다 외환 비축하고
비중 1%인 금 늘려 안전판 구축해야
전쟁이나 금융위기 같은 이슈 없는데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환율 올라
나랏빚 불고 시중 유동성 늘어나는 등
내부에 쌓인 구조적 문제 반영된 결과
GDP 22% 그친 외환보유액도 불안
환율 오르면 전기요금 등 물가 자극
대기업-중기 산업 양극화도 부추겨
올해 1550~1600원까지 갈 수 있어
무역흑자 날 때마다 외환 비축하고
비중 1%인 금 늘려 안전판 구축해야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이 김 교수와 원·달러 환율 상승 배경 및 해법에 대해 대담을 했다. 이번 대담은 파이낸셜뉴스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인 'fn 인사이트'에서도 방영된다.
―2026년 한국 경제 키워드가 '환율'이 된 이유는.
▲환율은 단순히 달러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환율을 경험하고 있다. 과거처럼 전쟁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단번에 터진 사건이 없는데도 환율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올라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외부충격보다 한국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지금의 고환율은 외부요인보다 내부요인이 더 크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미국 금리, 일본 통화정책, 엔 캐리트레이드 같은 외부변수도 분명히 영향을 준다. 하지만 결정적 요인은 한국 경제 내부의 구조다.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고, 확장재정으로 시중에 원화가 많이 풀렸으며, 외환보유액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조건이 겹치면 환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제2의 외환위기'라는 표현까지 쓴 이유는.
▲첫째는 국가부채다. 순수 국채 기준으로도 2026년부터 국가부채율이 52% 수준이고, 현 추세라면 2029년에는 60%에 도달한다. IMF는 비기축통화국이 부채율 60%를 넘으면 위험국가로 본다. 둘째는 실질부채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체감 부채율은 130%에 달한다. 셋째는 원화의 지위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제조업 수출 세계 5위 국가이지만, 원화는 국제결제 비중이 0.1%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이라는 피가 약한 상태에서 빚이 늘어나면 외환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30%로 본 이유는.
▲국가부채 증가, 통화스와프 부재, 높은 무역의존도만 보면 가능성은 더 높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정책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고,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외환보유 확대 같은 선택지가 남아 있다. 이 대담의 목적은 위기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막자는 경고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환율에 미친 영향은.
▲정부는 2026년 예산을 전년 대비 8.1% 늘렸다. 물가상승률이 2%, 성장률이 1%라면 정상적인 예산 증액은 3% 정도다. 그런데 이를 훨씬 넘는 확대재정을 했고, 출범 직후에는 40조원 규모의 추경까지 단행했다. 이렇게 원화가 많이 풀리면 사람들은 소비를 늘리고, 물가가 오르고, 그 결과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율은 오르게 된다. 실제 한국은 최근 전 세계에서 환율 상승폭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환율이 '경제체력'이라는 말의 의미는.
▲환율은 국가신용, 재정건전성, 외환보유, 금융 신뢰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이 4300억달러로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이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체력이 튼튼한 국가는 환율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보는 근거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GDP 대비 약 22%이다. 반면 대만은 GDP 대비 80% 수준을 외환으로 비축하고 있고, 스위스와 홍콩은 120% 수준이다. IMF는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을 약 7000억달러, 국제결제은행은 9200억달러로 권고하고 있다. 현재 보유액은 국제결제은행 권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과거 IMF 기준을 그대로 따랐던 아르헨티나는 결국 국가부도를 냈다.
―4300억달러도 전부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아닌데.
▲맞다. 외환보유액의 약 90%는 미국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으로 투자돼 있고 실제 현금 비중은 4%가량이다. 즉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은 약 180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에서 대규모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대응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통화스와프 부재도 환율 리스크인가.
▲그렇다. 미국은 한미 통화스와프를 거절했고,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과거 700억달러에서 현재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75%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다. 이런 구조에서 미국과 일본이라는 안전판이 없다는 것은 환율 안정에 큰 부담이다.
―미국에 대한 투자 약속도 부담이 되나.
▲한국은 미국에 직접투자 2000억달러, 조선업 투자 1500억달러를 약속했다. 이는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묶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통화스와프는 해주지 않으면서 직접투자는 요구하는 구조는 한국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럽다.
―달러가 특별히 강하지 않은데도 원화만 약세인 이유는.
▲달러, 유로, 엔, 파운드는 기축통화다. 이 통화들은 전 세계에서 결제에 쓰이기 때문에 국가가 쉽게 파산하지 않는다. 반면 원화는 국제결제 비중이 0.1%에 불과해 거의 쓰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거절한 이유도 '원화를 받아도 쓸 곳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본다.
―환율 상승이 경제에 주는 가장 큰 충격은.
▲한국은 에너지를 100% 수입한다. 환율이 오르면 전기요금이 오르고, 전기요금은 모든 물가를 자극한다. 수출 대기업은 유리할 수 있지만, 항공사나 중소 제조업체처럼 달러 비용이 많은 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결국 고환율은 물가상승과 산업 양극화를 동시에 심화시킨다고 봐야 한다.
―2026년 원·달러 환율 전망은.
▲장기 통계를 보면 원·달러 환율은 약 84% 확률로 우상향했다. 지난 1970년대 200원대에서 외환위기 때 2000원, 금융위기 때 1600원, 코로나 때 1500원까지 계속 올라왔다. 이 흐름을 보면 2026년에는 1550원에서 1600원 수준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간에 조정은 있어도 큰 흐름이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환율을 안정시킬 방법은.
▲통화스와프는 최후의 수단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역흑자가 날 때마다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이다. 한국은 매년 100조원 안팎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흑자가 날 때 외환을 비축해야 한다. 또 하나는 금 비중 확대다. 현재 한국의 금 보유 비중은 1%에 불과하다. 금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크게 상승해 왔고, 외환보유의 안정판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일본 금리 인상으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나오는데.
▲엔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싼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더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구조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가고, 외국 자금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환율에는 부담이 된다. 다만 과거처럼 전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대규모 충격이 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중국 변수와 위안화 '합리적 균형'은 어떻게 봐야 하나.
▲한국 경제에서 중국은 피할 수 없는 변수다. 한국 수출의 약 3분의 1이 중국과 홍콩으로 가고, 여기에 미국까지 합치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벌이더라도 완전히 싸워서 결별하기는 어렵다. 양국은 충돌과 타협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되, 단절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2026년 한국 경제에서 성장동력과 정책 우선순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이재명 정부의 산업 정책 키워드는 'ABCDEF'로 정리할 수 있다. A는 인공지능(AI), B는 바이오, C는 콘텐츠, D는 디펜스 즉 방위산업, E는 에너지, F는 제조업이다. 이 여섯 가지가 앞으로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축이다. 특히 AI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AI를 도입한 기업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 살아남지만, 도입하지 못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제조업 역시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AI와 결합해 더 효율적이고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 5위 수준의 제조업 강국이기 때문에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하면 충분히 다시 도약할 잠재력이 있다. 정부의 역할은 이 산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
정리=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 김대종 교수 약력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현) △한국경영경제연구소 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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