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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AI시대의 젊은 그대, 희망 잃지 말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5 19:12

수정 2026.01.05 19:31

"AI, 최악 청년실업 더 부추기고
정부도 4050 중심 정책 헛발질
2030은 고립무원 처지에 빠져
AI, 장기적으론 새 일자리 창출
청년층,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AI 혁명에 발맞춰 도전 나서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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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해가 밝았다. 김종길 시인은 고달픈 처지일망정 꿈을 갖고 한 해를 맞이하라고 했다. 명시 '설날 아침에'에서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이라고 읊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통계로 접한, 열악한 청년층 고용지표로 인한 잔상 탓일까. 주위에서 마주치는 2030세대의 어깨는 왠지 처져 보인다. 청춘들이 미래를 향한 희망마저 잃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동남아·남미·아프리카 등 지구촌 곳곳에서 불공정한 현실과 생활고에 절망한 청년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청년 시위가 기폭제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스페인·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Z세대(2030)의 크고 작은 시위가 꼬리를 물었다. 나라별로 다소 다르지만, 공통의 불만요인은 '청년 일자리 부족'이었다.

게다가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다. AI 기술이 일자리를 위축시킨다는 가설은 이미 실증됐다. 청년층에는 설상가상이다. 아마존은 이미 사무직 3만명을 감원키로 했다. 국내도 AI발 고용한파의 영향권이다. 지난해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자 중 600명이 실무 수습기관을 배정받지 못했을 정도다.

그러니 2030세대가 처한 현실이 여간 안쓰럽지 않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20대 '쉬었음' 인구가 40만5000명이었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31만4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11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비경제활동의 사유로 '쉬었음'을 꼽는 청년 비율이 늘고 있다면 국가적으로 암울한 징후다. 질병 등 특별한 사유도 없이 구직 의욕조차 잃고 '그냥 쉬는' 상태로 빠지는 미래세대가 늘고 있다는 뜻에서다.

더욱이 지난해 6월부터 청년층과 60세 이상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러니 요즘 SNS에 '전업 자녀'란 자조 섞인 유행어까지 오르내리고 있을 법하다. 이는 본래 코로나 팬데믹 시기 중국에서 등장한 신조어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자 고향집 부모를 도와 가사를 돌보며 생계를 잇는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청년세대의 곤경을 직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출범 6개월이 지난 이재명 정부의 실물경제 성적표, 즉 부동산·환율·일자리 등 세부 지표가 신통찮다는 건 제쳐 두자. 청년층보다 4050세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방향성이 문제다. 신규 일자리 창출보다 '코스피 5000' 달성을 최우선 국정목표인 양 내세우고 있으니 그렇다. 소위 '영 포티'도 아닌, 빈손 청년들이 빚내서 주식 투자할 순 없지 않나.

정부의 의도와 무관하게 청년세대에 타격을 주고 있는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집값을 잡는다며 전세자금대출을 대폭 축소했고, 주택을 살 때 2년 실거주 의무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월세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목돈이 부족해 자가나 전세를 구하기 힘든 청년층은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더 궁지로 내몰리게 됐다.

정부·여당이 이미 기득권이 된 정규직 노조만 과보호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큰일이다. 노조의 교섭력을 강화한다며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마저 줄인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인 게 단적인 사례다. 반대급부로 미취업 청년층의 취업과 무노조 중소기업 근로자의 고용여건이 악화될 소지가 커진다는 점에서다.

이쯤 되면 2030세대로선 사방을 둘러봐도 우군이 안 보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닥쳐온 위기는 이윽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인생사다. 철학자 칼 포퍼가 "인생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고 한 이유다. 그러니 청년세대가 "준비된 자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 미국의 젊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의 명언을 곱씹어 볼 만하다.

AI 기술도 당장엔 청년 고용을 잠식하더라도 장기적으론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 마련이다. 바둑판에서 AI와 겨뤘던 이세돌 9단도 "AI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갈 동반자"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AI 혁명' 물결을 거스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올라타기를 권유한 셈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란 오래된 경구의 함의처럼.

그렇다면 현실이 고단하더라도 젊은 그대들이 희망을 접을 까닭도 없다.
영국 시인 브라우닝은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best is yet to be)고 했다. 진취적 도전은 언제나 청춘의 몫이다.
정부든 기성세대든 AI 시대 청년층의 이런 의기마저 꺾는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