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피지컬 AI', 각국 경쟁 치열
AI 기술 활용, 기업들 성패 가를 것
AI 기술 활용, 기업들 성패 가를 것
올해 CES의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이다. 생성형 AI가 사람의 두뇌 역할을 한다면 그 두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육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피지컬 AI다. 센서와 로봇팔 등의 장치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함으로써 일상의 편리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번 CES에서 LG전자가 선보이는 인간형 로봇 '클로이드'는 식사 준비와 빨래 정리 등 집안일의 상당 부분을 해낼 수 있다. 현대차는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실물을 공개하고, 삼성전자는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AI로 연결되는 'AI 리빙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피지컬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고객의 실생활로 빠르게 파고드는 실사용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국 기업 중에서는 중국 기업의 약진이 특히 두드러진다. 올해 CES에 참가하는 중국 기업은 942개로 미국(163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캐터필러와 지멘스 등 미국과 독일의 전통 기계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국 기업들이 피지컬 AI의 상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경쟁은 가히 위협적이다.
AI 기술전쟁은 한국 기업들에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데이터·알고리즘을 중심으로 패권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위기와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힐 위험에 놓여 있다. 핵심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고, 연구개발(R&D)을 제약하는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규제도 여전히 많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기업인들의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AI 전환을 올해 핵심전략으로 제시하며 "AI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머지않아 완전히 다른 선상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역시 "변화는 언제나 우리의 준비보다 빠르게 다가온다"며 대응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기술 격변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의 AI 종합역량은 5위이지만 인재와 산업 생태계 부문 순위는 각각 13위와 17위에 그쳤다. 우수한 개발인력이 부족하고 산업의 역동성 역시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제 정부는 AI 인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규제 중심의 인력 관리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국내 개발자의 취업과 창업을 촉진하는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데이터 활용과 실증을 가로막는 규제를 정비해 기업들이 AI 기술을 빠르게 시험하고 확산시킬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개방과 협업을 통해 산업 생태계의 활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정부가 내세운 'AI 3강' 목표는 공허한 구호에 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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