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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사북'이 있어야 가위가 제구실한다

연합뉴스

입력 2026.01.06 05:55

수정 2026.01.06 05:55

[이런말저런글] '사북'이 있어야 가위가 제구실한다

우리는 늘 가위를 쓰지만 가위의 구석구석을 이름하지 않는다(못한다). 그리 지칭하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그 이름을 불러주어 가위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면 어떨까. 가위가 작동하는 원리는 지레의 원리와 같다. 힘점-받침점-작용점, 삼박자를 갖춰야 제구실한다. 가하는 힘이 대상에 전달되어 작용하려면 받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가위다리나 가윗날이 엑스(X)로 교차한 곳에 박아 돌쩌귀처럼 쓰이는 물건을 <사북>이라고 한다.

순우리말이다.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의 아랫머리에도 쓰이는 게 바로 사북이다. 사북이 없다면 가위도, 부채도 없다.

엑스(X)로 교차한 곳에 돌쩌귀처럼 박은 '사북' (출처=연합뉴스)
엑스(X)로 교차한 곳에 돌쩌귀처럼 박은 '사북' (출처=연합뉴스)

가위다리, 가윗날이라는 단어를 앞서 썼다. 힘점에 해당하는 손잡이 부분을 가위다리라 한다. 힘이 작용하여 싹둑싹둑 자르는 일은 가윗날이 맡는다. 가윗날의 반대쪽은 가윗등이다. 칼날의 반대쪽이 칼등이니까 자연스러운 유추다. 그러나 칼등과 달리 가윗등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안 보인다. 가위질을 하면 부스러기가 생긴다. 가위질을 해서 생기는 부스러기는 가윗밥이다. 칼을 넣어 두는 곳이 칼집이지만 칼로 가늘게 베어서 낸 틈도 칼집이라 한다. 가위도 베어서 낸 진집(물건의 가느다랗게 벌어진 작은 틈)이 있지 않겠나. 칼집처럼 그것을 가윗집이라 한다고 작가 장승욱은 말한다. 이 가윗집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지만 <가위집> 형태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실려 있다.

최장수 교양지 월간 '샘터' 재정난 속 무기한 휴간 (출처=연합뉴스)
최장수 교양지 월간 '샘터' 재정난 속 무기한 휴간 (출처=연합뉴스)

가위에 관한 우리말을 다룬 장승욱의 글('우리말 도사리 - 가위')을 월간 샘터 지난 호(2010년 10월호)에서 찾았다.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 즉 도사리를 정성스레 챙기는 작가의 우리말 사랑이 사랑스럽다. 재정난에 닥쳐 샘터가 2026년 1월호 발행을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이 호에 휴간 기획 '삶 속에서 길어올린 낱말들'이 실렸다. 지난 호에 게재됐던, 저마다의 시선으로 재정의된 낱말들을 골랐다. 이에 따르면 <삶>은 하루하루 감사하는 일이다. <성공>은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며 진심을 많이 나누며 사는 인생이다.
그렇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살아온 그만큼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정의된 낱말은 무엇일까. <얼굴>이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본다.
나의 얼굴은 '그만큼'인가.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월간 샘터 2026년 1월호 샘터 사전 '삶 속에서 길어 올린 낱말들'
2. 월간 샘터 2010년 10월호 장승욱의 우리말 도사리(가위)
3. 표준국어대사전
4.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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