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유엔 안보리, 베네수엘라 사태에 '친미 vs 반미'로 극한 대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6 06:31

수정 2026.01.06 07:00

5일 미국 뉴욕 본부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로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
美, 마두로 마약 범죄 및 부정선거 주장하며 정당한 나포였다고 주장
英은 美 거들어, 중국 및 러시아는 美 강력 비난
5대 상임 이사국 가운데 프랑스는 애매한 태도
중남미 국가들은 美와 가까운 정도에 따라 의견 갈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 회의가 열린 모습.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 회의가 열린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반(反)미국 진영의 국가들이 5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일제히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상 나포를 비난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친(親)미국 진영 국가들은 미국의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의하면 안보리 회원국들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지난 3일 발생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나포 사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마두로를 나포한 미국의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마두로가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미 법원에 기소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의 체포·구금이 “잔혹한 외국 테러조직 ‘태양 카르텔(데 로스 솔레스)’ 수장에 대한 합법적인 기소를 위해 집행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부터 마두로가 미국행 마약을 생산 및 유통하는 조직의 수장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태양 카르텔을 ‘외국테러조직(FTO)’로 지정했다. 미국의 왈츠는 동시에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부정 논란을 거론하며 "그(마두로)는 불법적인 대통령이었다. 그는 수년 동안 (합법적인) 국가 원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카리우키 유엔 주재 영국 차석대사는 "마두로의 집권은 사기였다"고 밝혔다. 동시에 "영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합법적인 정부로 안전하고 평화적으로 이양되기를 바란다"며 미국을 거들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가 영국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가 영국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반면 푸충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권, 안보, 그리고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패권적인 행위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푸충은 "어떤 국가도 세계의 경찰로 행동할 수 없으며, 어떤 국가도 국제 재판관을 자처할 수 없다"며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모든 국제법적 규범을 위반한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침략 행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회의장과 멀지 않은 뉴욕의 법정에 출두한 마두로 부부를 "즉각적으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의 5대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가운데 프랑스의 경우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제롬 보나퐁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마두로가 집권한 2024년 대선이 "수많은 부정행위로 훼손됐다"며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베네수엘라의 정권 이양을 지지했다. 다만, 미국의 군사작전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의 사무엘 몬카다 주 유엔 대사는 이번 사건이 "미국 정부에 의한 공화국 대통령 납치"이자 "주권국에 대한 폭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 경우 "법은 선택이고, 무력이 국제관계의 진정한 중재자라는 참담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바실리 네벤자 주 유엔 러시아 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바실리 네벤자 주 유엔 러시아 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과 가까운 정도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아르헨티나·칠레·파라과이·트리니다드토바고는 대체로 미국 편에, 브라질·콜롬비아·멕시코·쿠바는 반대편에 섰다.

아르헨티나 측은 "독재자 마두로가 체포되는 결과로 이어진, 미국 대통령과 그 정부가 보여준 결정과 결단을 높이 평가"했으며, 파라과이는 "테러 조직 지도자의 퇴장은 즉각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은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폭격과 대통령의 체포는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와 이웃한 콜롬비아는 "형제국(베네수엘라)이 당면한 위기에 대한 외교적 출구를 위해 선의의 중재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