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취임 "마두로 美 피랍에 고통"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6 06:59

수정 2026.01.06 06:59

베네수엘라 로드리게스 부통령, 5일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
여전히 미국에 피랍된 마두로를 '대통령'이라고 불러
비상선포문 게시하고 친미 세력 색출 예고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왼쪽)이 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왼쪽)이 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달 미국에 대통령이 나포된 베네수엘라에서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미국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56)은 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선서를 마치고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난 3일 영부인과 함께 미국에 나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63)은 같은 날 미국 뉴욕 법원에 출두해 미국이 주장한 마약 테러 공모 혐의에 대해 "나는 결백하다. 나는 유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나는 점잖은 사람이고, 내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취임 선서 이후 "나는 불법적인 군사적 침략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은 고통에 대한 슬픔을 안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마두로를 '대통령'이라고 칭하면서 "나는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와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강조했다.

로드리게스는 과거 부통령으로서 핵심 부처인 석유장관을 겸임하면서 경제 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베네수엘라 좌파 거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1954∼2013) 당시 정계에 발을 들였다. 마두로는 2018년 로드리게스를 부통령으로 임명하면서 "젊고 용감하며 노련한, 순교자의 딸이자 혁명가로서 수천 번의 전투를 겪어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로드리게스 부친은 베네수엘라 좌익 게릴라 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1942∼1976)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나포 당일이었던 3일에 저항 의지를 드러냈으나 4일엔 매우 완곡한 어조로 "우리나라가 존중과 국제 공조의 환경 속에서 외부 위협 없이 살기를 갈망한다"면서 미국과 협조를 언급했다.

이날 베네수엘라 국회에서는 미국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국회의원이자 마두로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35)는 로드리게스에 대해 "주어진 매우 어려운 임무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라며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동시에 "국가 원수의 납치를 정상화한다면 어느 나라도 안전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정부는 5일 관보에 비상선포문을 게시하고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지난 3일 발생한 마두로 부부 나포를 지지 및 조장하거나 지원한 사람들을 즉각 수색 및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선포문에는 이외에도 정부군과 민병대 총동원령, 공공 서비스 시설 및 석유산업 군사화, 국경 지대 병력 증강 및 순찰 강화 등이 명시됐다. 이와 관련한 예산 편성도 포함했다. 또한 국내 이동 제한, 집회 및 시위 권리 정지도 포함됐고, 필요한 경우에 재산 압류 등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비상선포는 90일간 이어지며, 추후 연장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해당 선포문은 마두로가 나포 전에 미리 직접 서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관 운영 재개를 준비한다고 알려졌다. 5일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이 재개 결정을 내릴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베네수엘라에 머물던 미국 외교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가 나빠지자 모두 철수했다.
최근에는 보안 및 유지 보수 직원만 소수 잔류했다.


미국에 붙잡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헬기장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 붙잡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헬기장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